국회 개혁특위·자문위 등 수차례 제안

'문희상표' 국회 개혁안에도 포함돼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의심이나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제로 굳어진 지 오래다. 의원들은 왜 일을 하지 않는 것일까. 국회의원 한명 한명을 만나보면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한다는 점, 의정활동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의 일은 의정활동, 지역 표심 관리, 정당활동(당직)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의원들과의 모임이나 관심사를 다루는 각종 포럼도 있다.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일은 무엇일까. 1순위는 중요한 일, 2순위는 급한 일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지역표심 관리다. 가장 급한 일은 당직이다.

회의 준비하는 서훈 국정원장 |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준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300명의 국회의원 중 지역구 의원이 253명(현재는 252명)이다. 사실상 국회는 지역구 중심으로 움직인다. 지역구를 챙겨야 하는 의원들은 금요일부터 주말을 이용해 대부분 지역에 가봐야 한다. 수도권은 당일 국회와 지역구 행사를 오갈 수 있지만 충청, 강원, 영남, 호남 등은 하루에 모두 소화하기 어렵다. 금요일 저녁부터는 지역구 일정으로 빽빽하다. 우리나라의 성격상 지역구의 조문 등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표심관리를 위한 중요한 활동이다. 지역구 챙기기는 '임기 4년'을 더 연장하기 위한 발버둥이기도 하다. 필사적이다.

◆뒤로 밀려있는 의정활동 = 당직도 너무 많다. 정당마다 많은 당직과 특별위원회를 현역의원들에게 맡기고 있다. 당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 들어가 있거나 정책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야당의 모 의원은 자신이 맡은 자리를 열손가락을 펴가며 설명했다. 열 자리가 넘었다.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의정활동은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게 됐다. 정기국회때 법안심사와 국정감사, 법안심사를 몰아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회의원 자신들이나 국회의장 직속의 자문기구에서는 제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04년 6월부터 1년1개월동안 활동한 국회 개혁특별위원회는 상설법안심사소위원회 설치, 여름(8월) 겨울(12월)을 제외한 연중 국회 상시 개원, 상임위별 연중수시 감사 등이 논의됐다.

특히 상시국감과 관련해서는 30일이내에 상임위별로 일정을 정하되 매년 12월 31일까지 다음연도 국감기본일정을 확정하도록 했다. "정기국회초 20일간의 국정감사는 부실감사, 국정공백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각 상임위가 자체적으로 1년 중 어느 때라도 실시할 수 있는 상임위 연중 수시감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부처와 기관은 연중 2~3회의 현황보고 및 감사를 실시하고 각 임시회 중 위원회별 대상감사수를 제한한다"는 내용도 논의됐다.

예결위 내실화에 대한 의견으로는 예결위 상임위화, 임기 2년제로 확대, 예결위원 선임시 각 상임위에서 1명씩 선임하도록 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2014년 7월에 만든 정의화 국회의장 직속의 국회개혁자문위원회는 5개월여동안 운영해 '연중상시국회' '예측가능한 국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국회법(5조)에서는 8월 10월 12월을 제외한 매 짝수월에 임시회가 소집되고 정기회는 100일로 한다. 비회기중에는 계류법률안과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상임위를 월 2회이상 열도록 하고 있다.(국회법 53조) 1, 3, 5, 7월은 임시회가 자동소집되지 않는다. 정기회는 보통 9~12월초로 정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의사일정은 교섭단체간 협의로 이뤄져 이대로 실제 회의가 진행될 지는 알 수 없다.

◆자문위 '연중 국회 열어라' = 개혁자문위는 "8월 임시회를 명문화해 결산 심의, 의결토록 하고 3월과 5월에도 둘째, 셋째주에 10일간 상임위를 열어 법안 심사시간을 확보하는 등 연중 상시국회 운영안"을 내놓았다. 본회의는 매주 수요일에 하고 상임위는 월요일과 화요일, 소위원회는 수요일과 목요일에 여는 '의사일정 요일제'도 나왔다. 이렇게 하면 연중 225일 이상의 상임위, 본회의 활동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

예결위가 연중 심사에 들어갈 수 있는 체계마련안도 건의됐다. 먼저 예산사전보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이 제시됐다. 예산안 편성단계에서부터 예산안 관련 자료를 정부가 국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각 중앙관서의 장이 제출한 중기사업계획서과 함께 분기별 예산배정계획, 국가재정운용계획(매년 5월말까지)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소관 상임위와 예결위에 제출하고 예산편성지침을 제출할 때 부처별 지출한도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에 국회에서 경제, 재정전반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거쳐 국회 예산안 심의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예산안과 결산을 심시하는 과정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국민참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간을 상시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지난주에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노의결과를 보고한 혁신자문위도 상설소위와 법안소위의 정례화 방안을 제안했다.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관리를 하느라 의정활동에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체감할 수 있는 의정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행화된 예산심사 파행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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