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해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인플루엔자, 일명 독감이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린다. 사람간에 쉽게 전파되는 인플루엔자 특성상 일단 유행이 시작되었다 하면 1-2주 내에 다수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2017년부터는 11월말에 유행이 시작되면서 미처 방학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플루엔자 백신접종률이 OECD국가 중 1위를 기록할 만큼 높다. 고령자들에서의 인플루엔자 백신접종률이 80%를 상회하고, 유소아에서의 접종률 또한 8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벌어지는 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은 좀처럼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은 좀처럼 진화될 기미가 안보여

왜 우리나라는 높은 백신접종률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인플루엔자 환자들이 많이 생길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 인구분포상의 문제다. 한국사회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밀집되어 모여사는, 인구밀도가 높은 구조이다. 이렇다보니 백신접종률이 낮은 집단에서 여전히 환자발생이 많고, 백신을 접종해도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유·소아나 고령자들에게 전파될 기회가 많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문제는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 제조방식이다. 너무나 영리한 바이러스의 변이능력으로 인하여 다음 해에 유행할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예상하고 백신을 만들 수가 없다. 수많은 연구기관에서 바이러스 변이에도 무관한 다양한 차세대 백신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실용화 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금 우리는 인플루엔자 백신 효과를 더 증가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현재 국가에서 많은 재원을 투자하여 많은 국민들에게 인플루엔자 백신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투자 대비 효과가 높은 전략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다.

그 해법 중 하나가 4가 인플루엔자 백신을 현재 3가 백신 대신 접종하도록 하는 것이다. 4가 인플루엔자 백신은 해마다 유행하는 A형 인플루엔자 2가지와 B형 인플루엔자 1가지에 더하여 또 다른 B형 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을 추가로 형성시킬 수 있는 백신을 의미한다.

B형 인플루엔자는 A형과는 달리 2가지 종류 중 한가지형만 해마다 유행을 일으켜 왔다. 그러나 2000년 이후 B형 인플루엔자도 2가지가 같이 유행하는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3가 백신에 포함되는 한가지의 B형 백신만으로는 백신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이후 두 가지의 B형 인플루엔자를 모두 포함할 수 있는 4가 백신이 개발되어 점차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캐나다, 영국 등을 중심으로 3가 대신 4가 백신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게 하도록 정책이 추진, 확대되고 있다. B형 인플루엔자가 주로 문제가 되는 소아, 청소년들이 4가 백신접종의 일차적인 대상이 될 것이다.

인플루엔자에 일단 걸리면 입원율과 사망률이 증가되는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소아, 청소년들이 4가 백신접종의 일차적인 대상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이후 우리나라는 거의 격년주기로 B형 인플루엔자 환자가 전체 인플루엔자환자 수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계속 유행하고 있다. 3가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B형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유행시작 시기가 빨라지면서 B형 인플루엔자에 취약한 소아청소년 환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중 하나로 국가백신접종사업에서 제공하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4가 백신으로 전환하는 것을 진중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정희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