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비세율 11% → 15% 인상

지자체 배분방식 갈등 수면 위로

내년부터 약 3조3000억원 규모의 국세가 지방으로 이양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부족하지만 열악한 지방재정에 숨통이 틔었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늘어난 예산의 분배를 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간 셈법이 달라 이에 대한 조정이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됐다.

국회는 지난 8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현행 부가가치세의 11%인 지방소비세를 15%로 인상하도록 하는 부가가치세법·지방세법 개정안과 지방교육재정 교부세율을 현행 20.27%에서 20.48%로 인상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등 지방재정분권 3법을 함께 처리했다.

무엇보다 부가가치세법·지방소비세법 개정의 의미가 크다. 현재는 부가가치세의 11%를 지방소비세로 떼어내 지자체에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부가가치세법·지방세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소비세 비율이 15%로 4% 늘어났다. 예산규모로는 3조3000억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서울시의 경우 4570억원, 경기도는 2500억원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10월 30일 발표한 '재정분권 추진방안'에 따르면 지방소비세율을 내년 15%로 우선 인상한 후 2020년에는 21%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만약 내년까지 지방소비세율 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지방세가 약 8조4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현재 76대 24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4대 26으로 개선된다. 여기에 2022년까지 지자체가 요구한 몇 가지 지방재정 확충 방안이 더해지면 정부의 1차 목표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대 3으로 바뀐다.

고규창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지방의 늘어난 재원이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지역의 포용적 성장을 위해 알뜰하게 사용될 수 있길 바란다"며 "정부는 이번 법안 통과를 계기로 계획한 재정분권을 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와 의회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 17개 시·도의회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직후 지방분권TF 이름으로 성명을 내 "문재인표 자치분권의 첫 걸음이 재정분권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김정태 단장은 "지방재정분권 3법은 자치분권 계획 중 가장 어려운 재정분권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지방자치법 개정 논의 등 자치분권의 진행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으로 가는 첫 발을 뗐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이를 계기로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재정분권 방안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보다 진전된 결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최근 총회에서 정부의 지방소비세 4% 인상안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지방재정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시도지사협의회 입장이다.

지방소비세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지자체간 배분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선 배분 가중치가 문제가 됐다. 정부는 수도권 지자체, 비수도권 광역시, 비수도권 광역도의 기존 배분 가중치인 1대 2대 3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종선 전남도 자치행정국장은 "지방소비세가 늘어나면 국세에서 교부되는 지방교부세가 줄어들어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광역도 재정이 오히려 더 열악해질 수 있다"며 "지방소비세 배분 가중치를 1대 3대 5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상생발전기금 운용 방식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역상생발전기금은 지방소비세가 도입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격차가 더 벌어질 것을 우려해 마련한 제도로, 서울·경기·인천이 각각 지방소비세 일부를 떼어내 지방에 나눠주는 예산이다. 균형발전을 위해 큰 틀에서 합의된 내용이지만 세부 내용을 두고는 중앙정부와 수도권, 비수도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쳐왔다. 비수도권은 늘어나는 예산도 지금과 같은 비율로 떼어내 지방에 나눠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수도권은 그럴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행안부가 조율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은 법적으로 내년까지만 운영하도록 돼 있어 2020년부터는 새 운영 방식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자체들과 협의해 원활한 합의안을 도출해 내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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