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부교수

파란하늘의 계절이 가고 미세먼지가 시시때때로 급습하는 계절이 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몇 주 전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35μg/m³을 넘어서는 ‘나쁨’ 수준의 대기질을 보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기도 했다. 마스크 없이는 산책도 갈 수 없는 날들이 많아진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온 나라에 넘쳐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시민들의 걱정이 얼마나 큰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초등생 자녀를 둔 각종 학부모 모임의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미세먼지가 된지는 이미 오래다. 서울시 등 각급 교육청에서는 내년에 초중고 교실에 공기청정기나 환기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대규모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무려 2300억원 예산을 환기 설비 구축에 쓰겠다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 82.5%, 미세먼지가 가장 불안

최근 통계청의 발표는 우리나라 국민의 82.5%가 미세먼지를 가장 큰 불안요소 중 하나로 꼽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조사의 시점이 지난 5월이었다고 하니 현재 시점에서는 이 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는 이미 이 정부 출범 전부터 감지됐다. 정부가 실천해야 할 국정과제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자들이 미세먼지를 1순위 해결과제로 꼽았다.

미세먼지 농도 10μg/m³ 증가 시 사망률이 약 0.5% 높아지고, 그 위해성은 어린이, 노약자 등의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라고 하니 우리 가족과 이웃의 건강에 대한 걱정이 앞설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접근과 지자체 차원의 효과적 정책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으로 민간 차량 2부제, 노후경유차 조기 퇴출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적극적인 차원에서 미세먼지 수치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노후경유차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4대문 지역을 중심으로 ‘자동차 친환경등급제’를 시행해 공해차량 운행을 상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자동차와 같은 이동오염원이 미세먼지 발생량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있는 정책이다.

문제는 이같은 정책이 불가피하게 시민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시민의 참여와 협조가 없이는 의미있는 저감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효과분석에 따르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전국의 민간영역까지 확대하면 미세먼지 농도를 12.2%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분석 결과는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시민의 참여 없는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아닌 외부환경의 개선에만 의존해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려야 할까? 언제까지 중국발 미세먼지 탓만 하고 있을까?

지난달 7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어 서울에 노후경유차 운행제한이 실시됐을 때, 평소 운행되는 공해차량보다 이 날은 약 5400대가 운행이 줄어 초미세먼지 배출이 37% 가량 줄어든 점은 ‘시민 참여'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민 참여 없이는 정책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저해하고 있는 위험요소, 미세먼지의 공포를 조금이라도 걷어내기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할 상황이다.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좀 더 긴 안목과 건강하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 불편함을 조금은 참아보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시민의 희생적 참여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중교통과 같은 승용차 대체 교통수단의 서비스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공해차량 이용억제 등의 정책 집행에 따른 객관적 효과 분석 결과를 제시해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대다수 환경문제가 그렇듯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문제가 하루아침에 풀리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니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미세먼지 문제는 영원히 풀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