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지역구 SOC 예산 늘리고 전리품인양 홍보 … 증액한도 확대 위해 회계상 감액 '꼼수'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을 외면하고 2019년 예산안을 처리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시민사회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국회를 통과한 2019년도 예산안은 2018년 예산대비 약 9.5% 증가한 것으로 수년간 보여줬던 소극적 재정운영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과거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복됐던 밀실 심의, 졸속 심사가 여전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청년예산 빼앗아 밥그릇 챙기니 좋으십니까?" | 청년정당 우리미래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예산야합을 규탄하는 퍼포먼스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우리미래 측은 지난 8일 의결된 내년 예산안이 청년예산을 포함한 일자리 예산은 정부 원안에서 6천억원이나 감액되고 민주당, 한국당의 원내대표 등 실세 의원들의 지역민원 예산 등이 증액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예산안 변경안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삶보다는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행태라고 우리미래 측은 비난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참여연대는 특히 "법적 근거도 없으며 회의 내용조차 기록에 남기지 않는 '소소위'를 통한 밀실 심의는 올해도 당연한 듯 반복됐다"며 "국민들로 하여금 과연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제대로 심사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각 당 실세들이 거액의 지역구 SOC예산을 손쉽게 따내고 그것을 마치 전리품인양 홍보하는 일이 다시금 반복됐다"면서 "국회 스스로 '쪽지 예산'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모습들은 이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지역 사업 예산을 늘리기 위해 회계상으로 예산을 감액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회 심의에서 삭감된 5조2000억원 중 100억원 이상 감액된 사업 57개를 분석한 결과 총 4조8000억원 가운데 실제로 사업 예산이 줄어든 실질 감액은 1조3000억원에 그친 반면 단순 회계상 삭감된 금액은 3조5000억원에 달했다.

국고채이자상환으로 19조원을 책정했는데 금리 예측치를 변경해 9000억원을 줄이는 식이다.

이에 반해 국회에서 100억원 이상 증액된 사업의 예산증가분 2조9000억원 중 회계상 증액은 8000억원에 불과했다. 2조1000억원은 실제로 사업비가 증가했다.

국회에서 예산을 증액하려면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통상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이 이뤄진다.

연구소는 "소소위라는 밀실에서 회계적인 감액규모가 정해지고 회계적인 감액규모를 합친 전체 감액규모 한도에서 증액한도가 정해지게 된다"며 "밀실 합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게 되는 원동력은 회계상 감액규모를 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개혁공동행동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야합으로 선거제도 개혁논의는 시작도 못하고 정기국회가 끝났다"며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민의그대로 국회를 구성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합의하고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개특위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특히 민주당에 대해 "지지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해왔던 잘못된 이익을 계속 누리기 위해 개혁을 거부하고 수구 기득권 정당이라는 오명을 자초할 것이냐"고 따졌다.

또 한국당에 대해선 "한국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의지나 당의 비전이 있느냐"며 "지금 지지율로는 장담하기 어려우니 도시 지역구에서 여럿을 뽑는 중대선거구로 뱃지를 달고 싶은 속내 아니냐"고 비판했다.

원외소수정당들도 거대 양당의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녹색당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를 통과한 예산은 한국 정치의 적폐를 그대로 담고 있는 예산"이라며 "거대 양당의 야합에 의해 통과된 예산은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바라는 촛불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밀실, 졸속, 구태, 낭비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특히 내년 예산의 문제점으로 '국민부담을 장래에도 증가시킬 토건사업예산이 끼워넣어졌다는 점', '힘있는 자들이 국민세금으로 생색내는 지역구 챙기기가 극에 달했다는 점' 등을 꼽으면서 "토건사업예산구조를 깨기 위해 교통시설특별회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정당을 표방하는 우리미래도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예산을 뺏어 자기 밥그릇을 챙기니 좋으시냐"며 국회를 비판했다.

우리미래는 "청년 예산을 포함한 일자리 예산은 정부 원안에서 6000억원이 감액됐고 반면 여야 원내대표를 포함한 국회의원들은 사회간접자본, 지역 민원 예산을 중심으로 증액해 자신들의 잇속을 챙겼다"며 "심각한 청년실업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오늘날 이러한 예산 변경안은 국민의 삶이 안중에도 없는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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