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성북구, 13·14일 중랑구 방문

국정조사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

서울시장직 흔들림없이 수행 '의지'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장시장실을 재개했다. 감사원 감사, 국정조사 등 어수선한 서울시 분위기를 본인 장기인 현장 방문을 통해 다잡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시장은 10일 성북구 석관 재활용선별장을 방문했다. 시설현대화와 관련해 관계자와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재활용선별장에 이어 월곡청소차고지를 찾았다. 성북구가 제안한 청소차고지 지하화와 상부에 복합문화체육시설을 건립하는 안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북구 석관동 재활용 선별장을 찾아 관계자,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박 시장은 오는 13일에는 중랑구를 방문한다. 중랑구 현장시장실은 14일까지 이틀간 진행한다.

현장시장실은 박 시장 대표 상품이자 막힌 현안을 뚫던 박 시장의 주요 무기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 박 시장은 지금까지 600회의 현장방문을 실시했다. 단순 방문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는 현장시장실 운영만 150곳에 달했다.

박 시장은 2012년 11월 은평뉴타운에서 첫번째 현장시장실을 열었다. 현장시장실 이후 미분양된 615세대가 49일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여름 강북구 삼양동에서 실시한 옥탑방 체험은 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반대 진영에선 '쇼'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한달살이 후 박 시장은 1조원 규모의 강북 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현장시장실의 성과를 알렸다.

하지만 옥탑방 이후 박 시장의 현장살이는 '올스톱' 됐다. 서울 집값 폭등 여파에 박 시장이 방문한 강북 지역 부동산까지 들썩이자 다음 방문지 선정이 어려워졌다.

국정감사 중 발생한 서울교통공사채용비리 의혹은 박 시장 행보를 더욱 위축시켰다. 온갖 현장을 방문하며 사업 만들기를 좋아하는 박 시장이 슬럼프에 빠졌다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현장시장실 재개가 눈에 띄는 이유는 시가 처한 상황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국회의 국정조사도 앞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상 상황은 특별한 대책과 기구를 만들어 대처한다.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를 동시에 받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하지만 박 시장은 현장시장실 재개를 난관을 뚫을 카드로 택했다. 비상이 아닌 일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조사와 정치권 공세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반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시장은 수차례에 걸쳐 국정조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특별한 위법 사유가 나올 게 없다는 확신도 내비쳤다. 국민들 눈높이에서 정치권도 비판했다.

지난 9일 국회가 예산안 합의를 통해 의원 세비를 인상한 것을 두고 "국회의원 세비(수당)인상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빗발치고 있다"며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불신하고 분노하고 계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게시글은 삭제됐지만 박 시장 생각의 일단이 드러났다는 평이 나왔다.

시장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박 시장은 선거 이후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3선 서울시장 행보에 대해 근본적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20개가 넘는 공식 일정과 이로 인한 기계적 만남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장점이었던 시민 중심, 혁신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심중이라는 것이다. 현장시장실 재개는 시민과 소통을 회복하고 시민이 박 시장과 서울시에 바라는 핵심 요구가 무엇인지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 주요 관계자는 "현장시장실은 박 시장이 원래 열심히 하던 일이다. 어지럽던 시 상황 때문에 한동안 진행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외풍에 좌우되지 않고 뚜벅뚜벅 갈 길을 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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