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생활불편 더는 '밀착행정' 효과

동주민센터-주민책임제 청소종합지도 제작

"담배꽁초 하나 버리면 뒷사람도 버리고 결국 쓰레기가 쌓이죠. 썩어서 냄새 나고 하수구가 막혀 환경오염 문제도 있어요."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 박순학(59) 주민자치위원은 지난 9월부터 매주 두차례 이웃과 함께 골목청소에 나선다. 가까이 노량진경찰서 뒷골목부터 멀리는 본동 경계지점까지 구간을 나눠 시장과 주택가 안쪽을 누빈다. 수험생을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특성상 불법 무단투기가 횡행, 거리환경은 물론 동네 이미지마저 해친다고 판단해 보다 못한 주민들이 나섰다. 그리고 두달여. 박씨는 "버리는 사람도 미안함을 느껴 무단투기를 못한다"며 "동네가 깨끗해지고 주변 시선도 좋아졌다"고 자신했다.

서울 동작구가 주민이 참여하는 청소행정으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이창우 구청장이 주민들과 함께 신대방동 도림천 대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 동작구 제공


동작구는 민선 7기를 '주민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시기'로 명명,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더는 밀착행정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주민 참여로 거리환경을 바꾸는 청소행정이 대표적이다. 하루평균 5건 가량 청소 관련 문제제기가 들어오고 욕설이나 고함 등 악성민원까지 발생하자 지난 7월과 8월 '청소행정 개선방안'만을 주제로 두차례 현안회의를 열었다. 이창우 구청장을 비롯해 동주민센터를 거점으로 주민들 일상을 살피는 동장 15명, 관련 국장 과장 등 20여명이 머리를 맞댔다.

주민들 스스로 나서겠다고 한 만큼 동주민센터 공무원이 함께 하는 '동(洞) 청소책임제'를 우선 운영하기로 했다. 상습적으로 쓰레기 무단투기를 하는 지역부터 재활용정거장 등 청소와 관련된 동네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종합지도를 제작하고 이를 활용해 취약요소를 집중관리하는 형태다.

박순학씨처럼 평소 청소에 관심을 보인 주민은 동네 청결지킴이로 합류했다. 15개 동 350명 가량이 매달 한번 이상 집중적으로 청소를 한다. 무단투기를 호소하는 민원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자율적으로 모둠을 짜 크고 작은 골목을 누빈다. 갓 이사온 주민 등에 종량제봉투 사용이나 쓰레기 배출요령을 안내하고 무단투기 감시역할까지 한다.

구 차원에서는 복잡한 쓰레기 배출방법을 간소화했다. 일반쓰레기부터 음식물 재활용 등을 주 3회 버릴 수 있는데 동네마다 해당 요일이 달라 헛갈리기 십상이라는 주민들 의견을 반영했다. 구는 "특정한 날이 아니면 집안에 쓰레기를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배출일이 복잡해 여러 종류 쓰레기가 섞이고 그곳에 불법투기를 하기도 해 청소민원이 해마다 증가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수험생과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노량진1동과 신대방1동을 시범지역으로 정해 9월 한달간 쓰레기를 매일 수거하는 전일제 방식을 도입했다. 대신 단속요원 5명을 배치해 무단투기를 집중관리했다.

한달만에 신대방1동 상습무단투기지역 14개가 줄었고 청소상태에 대한 주민 불평은 하루 2건이 안되게 줄었다. 그만큼 청결도 체감지수가 높아졌다. 주민들은 "매일 아침 깨끗한 골목길을 걸어 출근하니 기분마저 상쾌하다"거나 "뚝방길 쓰레기가 만이 줄어 산책이 즐거워진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봉사를 하던 주민과 인근 상인은 "그간 경험에 비춰봐도 최고로 깨끗한 느낌"이라거나 "담배꽁초 무단투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동작구는 시범지역 성과에 힘입어 내년 4월부터 전 지역에서 주 6회 배출·수거제를 시행한다. 환경미화원 등 청소전문인력을 늘려 이면도로 청소 횟수를 늘리는 동시에 무단투기 단속을 강화할 방침도 있다. 동시에 생활폐기물을 자원회수시설로 보내기 전 권역별로 모아 압축처리하는 적환장을 없앤다. 상도1~4동 대방동 신대방1~2동 7개 권역 생활폐기물을 옮겨싣는 보라매적환장 운영을 이미 중단했고 지난 10월에는 흑석적환장도 잠정 폐쇄, 인근 노량진1~2동 흑석동 등 8개 권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강남자원회수시설로 운송하고 있다.

적환장이 사라진 부지는 주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목표로 편의공간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지방자치단체가 능동적 지방정부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주민들은 생활 속 작은 불편까지도 지자체에서 해소해주길 바란다"며 "청소뿐 아니라 미세먼지 등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을 해소하는 생활밀착 행정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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