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역전의 의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미워할, 중국을 싫어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양국의 국채1년물 금리가 역전됐다. 시장은 중국보다 미국이 더 위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의 전 편집국장이자 현 칼럼니스트인 매튜 윙클러는 13일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신뢰받는 나라가 됐다는 새로운 현실에 고통받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2015년 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국채 금리 차이가 좁혀지더니 지난달 결국 역전됐다. 이제 미국 정부는 1년물 국채에 대해 중국 정부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돈을 빌릴 수 있다.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역시 스프레드는 14일 기준 43bp(0.43%p)에 불과하다. 미 국채 10년물은 2.911%, 중 국채는 3.340%다. 윙클러 전 국장은 "시장과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거둬가면서 10년물 스프레드 역시 더욱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시장은 미국 경제가 직면한 4가지 현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미국 정부의 치솟는 부채, 지난해 말 대규모 감세안에 따른 세수 감소, 연준의 긴축정책 등이다.

지난달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은 급격히 출렁였다. 미국 경제의 호황기가 지나고 있다는 시장의 냉철한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부채 관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16년 미 연방정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2%였다. 2009년 10%가 넘었던 이 비율이 빠르게 감소했지만, 2016년 이후 2배 가까이 올라 현재는 4%에 근접했다.

2017년말 기준 미국의 GDP는 19조3900억달러로, 전년 대비 2.2% 성장했다. 2007년 1.8%에서 상당히 올랐다. 하지만 2020년엔 1.9%로 뒷걸음질할 전망이다. 정부 적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적자 대책은 세수 확대로 가능하다. 윙클러 전 국장은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향후 10년 간 적자가 1조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미중 국채 수익률의 엇갈림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연준은 2015년말 이후 8차례 금리를 인상해 현재는 2.00~2.25%다. 같은 기간 중국 기준금리는 5.31%에서 4.35%로 하락했다.

중국 정부는 경제 가속의 신호가 잡히지 않자 신용 축소에 멈칫하고 있다. 중국 GDP는 12조2400억달러로, 2007년 14.2% 성장률에서 지난해 6.9%로 반토막 났다. 재정 역시 10년 전엔 흑자에서 지난해 GDP 대비 3.72% 적자로 반전됐다.

중국은 여전히 신흥국이지만, 선진국 일본과 공유하는 특성이 많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무역갈등을 겪어왔다. 중국은 수출 주도 경제모델이 정점에 달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선진국 경제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부채를 흡수하기에 충분한 저축이 있다. 중국은 4년 전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미국채 보유국으로 올랐다. 현재 1조1500억달러어치의 미국채를 갖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보고 있다. 넘치는 달러는 미국채를 사들이는 데 쓰인다. 중국 역시 달러와 위안화를 사고팔면서 환율을 관리한다. 미국채는 환율을 정해진 범위로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주요한 정책도구다.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는 2016년 말 이후 현재까지 4.4% 하락했다. 미 국채를 더욱 비싸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중국과 일본의 미 국채 보유액은 2조달러를 넘는다. 최근 수년간 보유량을 줄여왔다. 반면 미국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시장에 지속 의존하고 있다. 즉 미 국채의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공급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돈을 빌릴 수 있다.

윙클러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연준을 대놓고 비난한다"며 "하지만 행정부를 운영하기 위해 중국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하는 첫번째 대통령이 됐다는 불명예스런 현실을 먼저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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