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1만8000원

"우리나라 자영업이 왜 힘들어질까?"

10일 광화문에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이 먼저 질문을 '툭' 던졌다. 많은 강연을 하고 한 지점에 천착한 사람들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거나 일상화된 질문을 내놓고는 상대방에게 뻔한 대답을 해야 하는 머쓱함을 주는 습관이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충격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그는 대번 "그것은"으로 시작하는 '참고 있었던 말'을 시작했다.

홍 전 사장은 2004년 '디플레이션 속으로'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첫 미래보고서를 세상에 던졌다. 증권사에 들어간 정치학도가 리서치센터에서 줄곧 경제를 분석해 투자자에게 조언하면서 얻어낸 결론이었다. 수많은 데이터가 가리키는 화살표의 끝 지점이 '디플레이션'이라니. 그는 '경제'가 아닌 '사회 생태계'를 분석해냈다.

사진 이의종

안타까운 것은 그의 관점이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증권가에서 비관은 잘 안 팔리는 '신포도'다. 가장 최근에 나온 6번째 저서 '세계가 일본된다'에서는 아예 경제성장률, 물가, 투자, 금리가 역사상 최저수준에 머무는 신 4저 시대를 '전환형 복합불황'으로 규정하고는 25년간 불황에 허덕이던 일본의 모습이 전세계로 전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안타깝게 만든 것은 저자의 고백처럼 "14년에 걸친 예상은 불행하게도 거의 맞는 듯"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들고나온 '수축사회' 역시 제목부터 '비관적'이라 마음부터 무겁게 했다. 홍 전 사장은 자영업의 몰락을 수축사회의 징표로 봤다. 비싼 생필품 가격, 높은 사교육비,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라 급증한 주거비용, 준비되지 않은 노후 등을 민간소비 위축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소비패턴의 변화는 몰락의 속도를 높였다.

"자영업이 쇠퇴한 이유는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쇼핑 해외직구 등 쇼핑 채널이 다양해진 것이 근본원인"이고 "최근에는 가정간편식 등 인스턴트 식품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식당이나 반찬가게를 방문하는 소비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 전 사장은 "역사시대 이후 거의 2500년만에 전 세계가, 동시에, 모든 영역에서 수축사회로 전환하고 있다"며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패권경쟁, 세대전쟁, 종교전쟁, 과학기술 전쟁 등은 생존을 담보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들이 서로 얽혀 수축사회로 향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례없는 인구의 감소, 과학기술의 발전, 개인주의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4차 산업혁명과 만나 공급과잉과 부채, 양극화를 만들어내며 수축사회 문턱까지 이끌었다. 팽창사회(플러스섬, plus sum) 속에서 안주하던 세계가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시대를 넘어 경쟁과 투쟁의 결과가 오히려 결과물을 수축시키는 마이너스섬시대로 접어든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해법이 궁금해진다. 홍 전 사장은 행복을 소유와 욕망의 함수로 표현한 폴 새뮤얼슨의 행복방정식을 내놓았다. 분모에 욕망(탐욕, 기대)를 놓고 분자엔 소유(성취, 소비)를 얹어놨다. "소유를 강조한 분자는 팽창사회적 성격이 강하다"며 "최근의 4차산업혁명, 보호무역, 미-중 G2 패권대결, 혁신 등은 모두 분자를 키우려는 팽창사회형 행복 추구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모인 욕망을 조절하는 것은 2008년 전환형 복합위기 이후 나타난 수축사회의 모습"이라며 "평등 분배 효과성을 이데올로기로 삼으면서 공정사회, 포용성장, 지속가능성, ESG, 소확행, 미니멀리즘 등 사회적 자본의 확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자크 아탈리 등 석학들이 주장하는 지구촌 차원에서의 공생과 이타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수축사회 해결의 유일무이한 방안"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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