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첫 대면 … 남성 행세 '들통'

헤어지려 해 범행

선릉역 칼부림 사건

'컬트영화'처럼 기묘한 일이 서울 강남 한 복판에서 벌어졌다.

온라인 게임에서 남성 행세를 하던 20대 여성이 다른 20대 여성에게 칼부림을 자행했다. 인터넷 상으로 알고 지내다 3년 만에 처음 얼굴을 보는 자리였다.

강남경찰서는 13일 새벽 2시 2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5번 출구 근처에서 A씨(21)에게 흉기를 휘두른 B씨(23)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두 사람은 3년 전 '서든어택'이란 온라인 게임을 하다 알게 된 사이로 실제 만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B씨는 인터넷에서 남자인척하며 A씨와 친해졌다. B씨는 "처음부터 속일 의도는 없었지만 A씨가 처음부터 오해를 했고 남성으로 있는 게 낫겠다 싶어 계속 남성 행세를 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그러나 황당했다. 만나기로 한 선릉역 5번 출구에서 남성이 아닌 여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B씨는 이 당시 "남성이 다른 장소에 있다"며 위기를 넘기려 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 거짓말이 들통났다. 자신이 속은 걸 안 A씨는 B씨와 말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남자행세를 했던 B씨는 "헤어지자"는 A씨 말에 화가 나 자신이 갖고 있던 흉기로 A씨의 목을 여러 차례 찔렀다.

경찰조사에서 B씨는 "몸집이 작은데 A씨가 친구를 데리고 나왔고 자신보다 몸집이 클 것으로 생각해 위협 받을 것에 대비해 흉기를 가지고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상처를 입은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행히 위기는 넘긴 상황이다.

경찰은 게임과 관계없이 두 사람이 감정 싸움으로 인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 또 B씨가 미리 범행을 계획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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