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

해외여행중 우리나라의 자동차나 TV제품을 보고, 뭉클하고 가슴 뛰었던 기억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해외에서 한국의 상품을 만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만큼 우리나라 공산품은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농식품, 특히 가공이 아닌 신선농산물을 여행지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농식품수출 계속 증가

금년 상반기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액이 35억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7.9% 증가하는 등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더 의미있는 것은 높은 기술수준으로 생산된 신선농산물인 파프리카, 딸기, 버섯 등이 수출증가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 수출은 시장이 좁은 국내에서 세계로 확장함으로써 당면 국내 농업문제 해결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음은 물론 정체된 농업성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농산물 수출이 가지는 몇 가지 효과를 짚어보면 첫째, 수출은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한다. 국내농가의 호당소득은 지난 10년간 정체상태에 있다. 반면, 우리의 대표 수출주력 품목인 파프리카, 딸기, 버섯의 재배면적당 소득은 식량, 과수에 비해 약 4∼12배 정도의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둘째로 수출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매우 크다. 국내 한 연구기관의 산업 연관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출 10억달러당 취업 유발효과는 화학제품이 6300명, 전자기기 5300명인데 비해, 가공식품은 1만8000명, 신선농산물은 3만1300명으로 월등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셋째는 자국산 농산물 및 농업관련 전후방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수출은 해외수송, 소비자 기호나 검역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용 보다도 훨씬 까다로운 과정과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수출은 필연적으로 국내농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현재 세계 52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를 십분 활용하여 농산물 수출을 늘려가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 특히 경제규모 2∼3위의 중국 일본 그리고 신남방정책의 핵심국가인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의 수출은 우리 농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무역확대라는 큰 흐름 속에서도 각국은 자국 농업보호를 위해 품질, 안전성, 검역 등 비관세 무역장벽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하고 종합적이며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우리나라는 무엇보다도 첨단기술을 융합한 수출농업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수출은 종자, 재배, 안전성을 비롯하여 고도의 수확후 처리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과학기술의 뒷받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좁은 경지면적, 불리한 기후 등 환경을 첨단기술로 극복하고 연간 130조원의 농식품을 수출하는 세계 2위의 수출대국이 된 네덜란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수출에 필요한 다양한 최신 정보의 수집과 신속한 확산이 요구된다. 수입국은 자국 소비자 보호를 구실로 수입농산물에 잔류농약 등 까다로운 안전기준 준수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세계 100개국 이상에 이르는 수출대상국의 소비자가 요구하는 품목과 기호에 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현장에 전달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첨단기술 융합한 수출농업 키워야

마지막으로는 우리 수출농산물 브랜드화를 통한 고급 이미지 구축과 전략적 수출품목을 육성해야 한다. 한국 농산물은 안전하고 맛있다는 것을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기후와 기술우위에 기반한 새로운 품목과 품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산물 수출경쟁력은 국가와 품목에 따라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미국 남미 유럽 등 전통적 농산물 수출국은 물론 중국 등 주변국가와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적을 알고 나를 안다면 우리 농산물도 얼마든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지원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