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생활밀착형 행정 눈길

대규모 개발사업보다 '주민 체감도'

버스정류장과 도서관에 온돌 의자를 놓고 찜질방을 한파 대피소로 활용하고…. 서울 자치구가 지난 여름 24시간 무더위 쉼터에 이어 한겨울 추위에 대비한 이색 정책 대결에 한창이다. 지난해 겨울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칼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설치한 바람막이보다 한단계 진화했다. 대규모 토건·개발사업보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밀착형 행정을 우선하는 변화가 느껴진다.

26일 성동구에 따르면 구는 구청과 금호동 독서당인문아카데미센터 내 도서관 겸 쉼터인 책마루에 온돌방석을 설치했다. 주민들이 추위를 잊고 책을 벗 삼아 사색과 여유로움을 즐기는 '한파 쉼터'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구는 "온돌 마루처럼 엎드려 책을 보거나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고 엄마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등 시끌벅적한 가운데도 책에 대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지난 여름 폭염에 이어 올 겨울 한파가 예고된 가운데 서울 자치구가 생활밀착형 행정을 한층 강화했다. 성동구는 주민들 이용이 잦은 열린 도서관 책마루에 온돌 방석을 깔았다. 사진 성동구 제공


온돌은 실내뿐 아니라 거리에도 설치됐다. 노원구와 서초구가 버스정류장에 온돌을 놨다. 지난해 버스정류장 14곳에서 온돌의자를 시범 운영했던 서초구는 그간 문제점을 보완해 150곳으로 확대했다. 평균 40도 온돌의자는 자동으로 점멸되는가 하면 외부 온도를 인식, 춥지 않은 날씨에는 작동하지 않도록 진화했다. 특히 의자 바닥에 '다 잘 될 거야! 넌 참 괜찮은 사람이니까' '힘내! 그리고 사랑해' 등 마음을 다독이는 문구까지 새겼다. 서유림(31·양재동)씨는 "올해 초 임신했을 때 온돌의자를 자주 이용했다"며 "이런 세심한 배려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버스정류소에 '따숨 쉼터' 87개를 설치하고 그 중 큰 길인 동일로변 37곳에 '온기의자'를 추가했다. 추위에 민감한 노약자 등을 위한 것으로 전기 조달이 쉽도록 버스 정보를 안내하는 단말기와 연계했다. 구에 따르면 쉼터 내부 온도는 바깥보다 3~4도 정도 높고 체감온도는 5~10도 더 높다.

동대문구와 마포구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한파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물인터넷을 활용한다.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단말기를 보급했는데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 이하로 생활하는 홀몸노인을 발견하면 위급상황으로 간주해 바로 대응한다.

동대문구는 여기에 더해 지역 내 경로당 14곳을 한파쉼터로 지정,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건강관리 과정과 연계해 겨울철에 취약한 노인들 건강을 일상적으로 챙긴다. 구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 등 한파에 특히 취약한 주민을 별도로 파악하고 생활관리사가 집중적으로 보살피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포구 역시 생활관리사를 비롯해 방문건강관리사 등으로 구성한 재난도우미를 십분 활용, 홀몸노인과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을 돌볼 예정이다.

지난 여름 권역별로 찜질방과 협약을 맺고 숙박 가능한 무더위 쉼터를 운영했던 강북구는 5개 찜질방을 24시간 한파 쉼터로 활용한다. 한파에 취약한 저소득 홀몸노인 200명을 선정, 기상특보때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을 지급하는 형태다. 각 찜질방은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는 가격보다 30% 할인가를 적용, 보호가 필요한 주민이 이용하고 나면 사후에 정산하기로 했다.

버스정류장을 감쌌던 한파 가림막도 지난 겨울보다 한단계 진화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온실텐트 '따스안'을 재배치한 은평구가 대표적이다. 지난 봄 따스안을 철거하면서 '깨끗이 보관해 겨울철에 다시 설치한다'는 문구를 남겼는데 이번에 설치하면서는 최근 3개월간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승하차 인원이 많거나 보행 약자가 다수 이용하는 정류장, 주민들이 특별히 요청한 곳을 선정했다.

이밖에 도봉구는 '추위녹이소', 중랑구는 '온기 나누리', 양천구는 '온기충전소', 중구는 '온기텐트'를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한층 강화해 버스정류소에 설치했다.

주민들이 생활에서 행정기관 움직임을 체감하도록 하는 이같은 흐름은 민선 7기 흐름이기도 하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집중하기보다 주민들이 '세금 낸 보람'을 느끼도록 하는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투자 대비 효율을 따지는 '가성비' 대신 주민 마음을 끌 수 있으면 예산 투입이 아깝지 않다는 '가심비'에 무게를 둔 행정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한겨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잠깐이라도 바람을 피할 수 있다면 마음까지 따뜻해질 것"이라며 "주민들 작은 행복을 위한 사업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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