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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제조업의 새로운 아침

등록 : 2019-01-04 13:09:51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관

2017년 1월 다보스행 기차안에서 바깥 설원을 잠시 물리고 이코노미스트지를 펼쳐들었다.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제조업 비중이 줄어듬을 당연시하는데 통계적 착시이고 제조업은 여전히 경제 근간이라는 것이다.

설계 디자인 물류 회계 인사관리에 이르기까지 과거 제조업 안에서 처리하던 일을 외부 전문업체들이 대신하면서 통계상 제조업 비중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이 바뀐 게 아니라는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1150만개에 불과했다.

혁신도 중요하나 생태계 유지가 급선무

그러나 제조업에서 파생된 서비스업 일자리를 합치면 3290만개로 껑충 뛴다. 이제 미국도 영국도 프랑스도 제조업 부흥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면 우리 제조업의 상황은 어떠한가? 생산과 투자가 동반 감소하면서 산업단지공단의 활력이 예전같지 않다. 자동차 조선 섬유를 중심으로 일자리도 많이 줄었다. 어느 때보다 상황이 엄중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 지난해 우리 제조업은 6000억달러가 넘는 수출을 달성했다. 세계 여섯 나라밖에 도달해 보지 못한 자랑스러운 성과다.

추격을 넘어 추월을 거듭하는 중국의 부상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5G 주파수 송출에도 성공했으니 ICT 기반도 훨씬 강력해졌다.

문제는 자신감이다. 우리의 자산과 강점을 믿고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함께 역량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전 대통령 업무보고 계기에 ’제조업 활력회복 및 혁신전략‘을 함께 보고했다.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마련한, 단기와 중장기, 미시와 거시를 아우르는 전략이다.

우선 4개 권역 대상으로 14개 지역 일자리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제조업 생태계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복원이 어렵다. 혁신도 중요하나 생태계 유지가 급선무다. 대상 권역이나 프로젝트는 계속 확대될 수 있다.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주력 제조업에 대해서는 유형별로 차별화된 혁신방안을 제시했다. 미·중 무역분쟁을 통해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매년 1조원을 투자하여 자립화 속도를 대폭 앞당기기로 했다. 전체 정부 연구개발예산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는 후발국과의 초격차 유지가 관건이다. 120조원 규모의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와 같이 기업들이 추진중인 대규모 선제적 투자를 범정부 차원에서 밀착 지원할 계획이다. 자동차와 조선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일자리의 보고다. 최근 다소 침체되어 있지만, 전기·수소차, LNG추진선 등 친환경 부문에서 다시 승부를 걸어보고자 한다.

청년들이 제조의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후된 공장과 산단을 스마트한 공간으로 바꾸고 미래 신산업에 대한 담대한 도전도 시작하려 한다.

세계 최고수준의 수소경제 생태계도 구축하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라 해서 암세포만 파괴하는 나노로봇, 솜털처럼 가벼운 금속 등 초고난도 산업기술과제도 추진할 것이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연구진은 과정이 충실하면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다.

창의적 인재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이 필요

이제 큰 방향은 정해졌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혁신주체인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 24위까지 떨어진 기업가정신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 이달에 규제샌드박스법 시행과 함께 다양한 실증사업을 계획 중이다. 반드시 성공해서 규제개혁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

4차 산업혁명 속도전에 맞게 기술지원 전략도 ‘개발’과 ‘획득’을 병행하도록 확 바꿀 것이다. 세계 어딘가에 이미 존재하는 기술, 이제는 사올 줄도 아는 영리함이 필요하다. 이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한다. 주어진 문제 풀기보다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질문을 할 줄 아는 창의적 인재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이 필요하다. 앞으로 산업정책은 사람을 향해 갈 것이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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