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만큼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지배에 맞서 독립과 해방을 위해 싸워온 조상들의 역사가 의미있게 다가오는 해이다. 정부 차원에서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를 구성하여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나는 놀라운 새로운 과제 하나를 인식하게 되었다. 즉 1920년대 중반의 대표적인 독립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26년 6·10만세운동을 우리가 후손으로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치가 해방 이후 대한민국 보훈의 역사 혹은 독립운동 연구의 역사에서 하나의 미스터리라고까지 느껴진다.

6.10만세운동은 3대 독립운동의 하나

주지하다시피, 1926년 순종서거에 따른 민중들의 울분을 배경으로 하여 6월10일 당시 연희전문, 보성전문, 중앙고보, 중동학교 학생들이 국장행렬이 지나가는 단성사와 청계천, 을지로, 동대문 등지에서 일제 군경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독립만세를 외친 사건이었다.이 일로 권오설 이선호 이동환 박용규 류면희 조홍제(효성 창업주)선생 등이 옥고를 치렀다. 수천명의 경찰과 군대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당시 학생들의 독립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그후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지방에서도 학생들의 독립만세, 동맹휴학 등이 일어났다. 이 6.10만세운동은 3.1운동이후 소강상태에 빠진 국내외 독립운동의 촉진적 역할을 크게 하여 그 역사적 의미가 크다.

나의 역사 상식에 따르면, 1910년대의 일제의 무단통치를 뚫고 1919년 3.1운동이 독립과 해방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혔다. 이를 계기로 해외에서는 임시정부의 수립으로,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20년대의 치열하고 다양한 독립운동들을 촉진하였다. 그 국내 독립운동들은 20년 중반 6·10만세운동으로 합류하여 분기(奮起)했다가, 1920년대 말에는 광주학생운동으로, 신간회 등 다양한 연합운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만큼 6.10만세운동은 중요하고 그동안 당연히 3.1운동 및 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과 함께 일제강점기 국내 3대 독립운동의 하나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6.10만세운동은 주도세력 관점에서 보면, 3.1운동이 종교이념을 초월한 ‘각계 원로’의 선도적 역할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한다면, 6.10만세운동은 1920년대를 거치면서 다양하게 분화되고 발전한 젊은 세대 운동이 대거 합류하는 형태로, 그것도 분화된 여러 운동들이 정치이념(민족주의자는 물론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까지)을 초월해 민족독립을 위해 연대함으로써 촉발된 사건이었다.

사실 내가 개인적으로 6.10만세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교육감으로서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벌어지는데, 그것이 '어른들의 기념행사'로 끝나지 않고 어떻게 미래세대인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행사가 되도록 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그런 점에서 서울의 2200개의 학교에 산재하는 독립운동의 기억, 흔적, 유적 등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그것을 100년전의 케케묵은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자신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살아있는 현재의 역사로서 받아들이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과거의 미래화이고, 역사의 현재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서울의 관내 중앙고 등 학교 수준의 행사로 그 기념이 이어지고 있는 이 놀라운 ‘독립운동 방치의 사실’을 발견하고 분노하고 후손으로서의 부끄러움을 가지게 되었다.

국가기념일로 제자리를 찾았으면

다행스럽게도 얼마전 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정파를 초월한 44명의 의원이 6.10만세운동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국회결의안을 제안해 놓고 국회결의를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2018년 8.15경축사에서 6.10만세운동을 주도한 중앙고보 이선호 선생을 호명하여 그가 경성지방법원 공판에서 말한 '자유를 절규하면 자유가 생긴다는 결심으로 거사에 임하였다"는 말로 우리에게 감동을 준 바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져,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올해, 일제 하 3대 독립운동의 하나인 6.10만세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제자리를 찾아 후손으로서의 부끄러움을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