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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토지수용과 보상금 소송

등록 : 2019-01-10 11:54:36

김경준 부산시 법무담당관실 변호사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자신의 저서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법학 교과서에서 특정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하는 시효에 관한 제도를 이야기 할 때 흔히 인용된다. 그렇다면 권리는 행사하기만 하면 언제나 보호받아야 할까? 권리를 행사한 사람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 보다 더 많은 보상금을 받는 것이 언제나 정의로울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수용절차를 보면 위와 같은 의문이 든다. 토지수용에 관한 우리의 사법·행정제도는 권리를 행사한 사람에게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보다 대부분 더 많은 보상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 제기한 사람이 언제나 더 많은 보상금을 받게 되는 제도

국가나 지자체가 공익사업을 시행하면서 토지를 수용하는 경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절차를 진행한다. 사업시행자가 토지소유자와 협의하여 토지를 취득할 수 없으면, 사업시행자는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 금액에 따라 토지를 강제로 취득한다. 토지소유자가 수용재결에 대해 이의신청 하면, 사업시행자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이의재결 금액에 따라 토지를 강제로 취득한다.

토지소유자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이의재결 금액에도 만족할 수 없으면 법원에 손실보상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소송이 제기되면 법원감정인에 의한 법원감정 금액이 나온다. 법원은 수용재결 금액, 이의재결 금액, 법원감정 금액 중 하나를 채택하여 판결하는데, 통상적으로 법원감정 금액을 선택한다. 그리고 법원감정 금액은 당연하게도 수용재결 금액, 이의재결 금액 보다 항상 많다.

즉, 현행 제도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 보다 더 많은 보상금을 수령한다. 더욱이 법원감정 금액 채택에 대해 법원의 재량을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법원의 법원감정 금액 채택에 위법이 있다고 다툴 수 없는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공익사업을 시행하면서 취득하는 토지의 소유자는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수천 명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 보다 언제나 더 많은 보상금을 받게 된다. 그러한 결과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다툴 수도 없다.

권리를 행사하기만 하면, 행사하지 않은 자 보다 언제나 우월한 대우를 받는 것이 정당할까? 행정은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여야 하는데도 말이다. 손실보상이라는 제도가 공익을 위해 권리가 특별히 희생된 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적어도 동일한 손해에 대해서는 동일한 보상이 되는 제도와 법제를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동일 보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만 하면 제기하지 않은 사람 보다 더 많이 보상해주는 현행 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법원감정 금액이 수용재결 금액이나 이의재결 금액보다 더 정확하게 감정한 금액일까?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 수용재결이나 이의재결 금액 역시 감정인의 감정에 의해서 금액을 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용재결 내지 이의재결 금액은 두 개의 감정평가법인을 통해서 금액을 산출한 후 평균금액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두 개의 감정가액이 10%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반면 법원감정 금액은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 1인에 의한 감정금액이다. 적어도 절차적인 면에서는 법원감정 금액 보다 이의재결 이나 수용재결 금액이 더 신중한 절차인 것이다.

손실보상 소송도 내실 있는 심리가 이루어져야

권리를 침해받은 자가 법원에 자신의 권리구제를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과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 없이 일률적으로 법원감정 금액을 채택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만 더 많은 보상금을 주는 제도는 국가 및 지자체와 성실히 협의하여 공익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특별히 희생한 사람들과의 형평에 부합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소송을 강제한다. 토지수용에 대한 손실보상금 소송이 보다 내실 있게 운용 되었으면 한다.

김경준 부산시 법무담당관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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