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함대 소속 김덕규 병장

일과 후 야간 시간 활용

해군 장병이 군 복무 중에 한국사1급, 유통관리사 2급, 정보처리기능사 등 15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해군2함대 보급지원대 소속 김덕규 병장(26).

김 병장은 2017년 5월 자대 배치 이후 1월 11일 전역하는 날까지 두 달에 1개 이상 자격증을 취득했다. 취득한 자격증은 무역·회계분야 8개, 행정·실무분야 5개, 교양분야 2개다. 김 병장은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를 다니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해군에 입대했다. 대학생 시절에도 취업을 위해 전공 관련 자격증을 5개나 취득한 김 병장의 도전은 입대 후에도 계속됐다.
해군2함대 보급지원대 김덕규 병장(가운데 앉아있는 장병)이 해군 복무 중에 취득한 자격증 15개를 펼쳐 보이며, 소속 부대원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해군 제공


다만 군과 사회는 환경이 달랐다. 그때 힘이 돼 준 사람이 바로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김우진 예비역 병장(22세)이다. 지난해 7월 전역한 김우진 병장 역시 해군 복무 중에 15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당시 일병이던 김 병장은 김우진 병장을 부대 독서실에서 처음 만났고 그의 도전에 용기를 얻어 자격증 공부를 결심했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김 병장의 부대 직책은 유류병으로 함정에서 발생한 빌지(Bilge)를 처리해주는 임무를 수행한다. 빌지는 함정 밑바닥에 고여 있는 물과 기름의 혼합물로 하루 일과가 끝나고 생활관으로 복귀하면 온 몸에 기름 냄새가 배는 고된 일이다. 그럼에도 김 병장은 모범적인 군생활로 지난해 2함대사령관 상장과 군수전대장 상장을 받기도 했다.

김 병장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해군의 취업지원 정책도 한 몫 했다. 해군은 청년장병들의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을 장려해왔다. 부대별 자격증 관련 도서를 구비하고 독서실과 사이버지식정보방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야간에도 장병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병장의 자격증 공부도 여기서 시작됐다. 주로 부대 독서실과 사이버지식정보방을 활용했다.

부대는 장병들의 학업 분위기 조성을 위해 평일은 밤 12시까지, 휴일 전날에는 무제한으로 독서실을 개방했다. 또 사이버지식정보방도 학업 목적에 한해 자정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김 병장은 공부 시작 2개월 만인 2017년 7월 군 복무 중 처음으로 유통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 병장의 자격증 공부는 부대 내 '자격증 취득 붐'을 일으켰다. 매달 늘어가는 김 병장의 자격증을 보며 전역 후 진로를 고민하던 장병들이 하나 둘씩 공부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 지난해 8월에는 김 병장과 같이 공부하던 장병 5명이, 11월에는 장병 3명이 함께 자격증을 취득했다.

함께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한 결과다.

김 병장은 "일과 후에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모두 놓치기 싫었다"면서 "해군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