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강행 의지 … "2월 국회 입법 불발 땐 고시 시한 늦출 것"

정부가 최저임금 고시 시한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새로운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2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입법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결정 시한 자체를 미루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최태호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에 대해 1월에 충분히 공론화와 의견수렴을 하고 이를 토대로 2월 초 수정된 정부안을 마련해 입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입법이 지연되면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의 최종 고시 시점이 8월 5일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법이 4∼5월에 되면 11월 5일 등으로 최종 고시 시점을 연기하는 것도 국회에서 결정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2월 국회에서 입법을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 5일까지다. 고용부 장관이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최저임금안을 심의 요청하면 최임위는 늦어도 7월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지난 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 등 고용·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최임위를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먼저 정하면 노·사위원과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가 그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이원화 방안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 결정기준인 기업의 지불능력에 대한 이견이 제기됐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기업의 지급 능력 지표는 인위적일 수 있고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포함하면 변수가 많아진다"며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고려할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정치적 논란이나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과장은 "경제·사회적 상황이 안정적인 국가들이 공식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르지 않겠는가"라며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 맞는 결정 공식에 근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구간설정위를 신설하는 게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는 "2017년 최저임금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도 구간설정위가 옥상옥처럼 돼 구간설정위에서 갈등하고 결정위에서 또 갈등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면서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구간설정위가 전문가의 역할로 도움을 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16일에는 전문가와 노·사 양측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24일에는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에 관한 의견수렴을 할 계획이다. 토론회와 별도로 21∼30일 사이에 온라인 설문 등을 통해 노·사단체와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하지만 한국·민주노총을 포함한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최저임금 제도 개악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로 제도개선안 마련하자"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의견수렴을 거부하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한남진 기자 · 연합뉴스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