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재판개입 등 40여개 혐의

"모든 책임지겠다"면서도 혐의 부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6월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에 착수한지 7개월여 만이다.

양승태 "모든 책임지는 게 마땅"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양 전 원장은 이날 오전 9시 10분쯤 직권남용 등의 피의자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이제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개입과 '재판거래' 구상이 담긴 법원행정처 문건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혐의,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법관을 사찰하고 징계를 시도한 혐의 등 40여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강제징용 소송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 등이 청와대와 협의한 내용을 보고받고,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소속 한상호 변호사를 대법원 집무실에서 만나기도 했다. 주심인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는 '피해자 승소 판결은 안된다'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의 소환은 1년 11개월여에 걸친 사법농단사태의 정점이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발령을 받은 이탄희 판사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하며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은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며 재판거래의혹으로 확산됐다. 3차례에 걸친 사법부 자체조사에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자 지난해 6월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수사착수 7개월여 만에 최고 책임자를 부른 것이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의 혐의가 많아 수차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소한 한 차례 더 검찰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포토라인을 거부하고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밝혀 논란이 벌어졌다. 그는 "수사하는 과정에서 법원을 한 번 들렀다가 가고 싶었다"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들이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 안했다"며 "(재판개입 인사개입이 없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법원노조 등은 대법원정문 안쪽에서 그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참여연대도 10일 성명에서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것에 참담함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법원신뢰 추락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의자가 법원앞 입장표명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양승태, 검찰 포토라인 거부하고 대법원 앞에서 입장밝혀
검찰, 혐의 방대해 최소 한차례 더 조사
'양승태 구속' 여론 들끓는다
"선입관 갖지 말아달라"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장병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