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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햇빛농사와 지역배당

등록 : 2019-01-11 08:18:16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

태양광·풍력발전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언론과 정치인, 지식인까지 갈등을 부추긴다. 일부 언론과 단체들이 팩트체크를 하지만 역부족이다. 왜 그럴까? 탈석탄·탈석유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고, 탈원전으로 대형재난 가능성을 없애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밝게 하는 너무도 중요하고 좋은 일인데 말이다.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문명전환이다. 산업문명은 석유석탄을 태워 기차 배 기계를 움직이고 냉난방하는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연이 만든 비용은 지불하지 않은 채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문명은 기존 산업질서의 파열과 재편을 요구한다. 앞으로는 에너지전환이 국제경쟁력이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이용)을 선언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의 주인공은 농민·농촌주민·지방정부

에너지 전환은 또한 부와 경제권력의 이동을 의미한다. 석탄과 석유 우라늄은 일부 지역에 밀집된 엘리트 에너지다. 누가 발견하고, 소유하고, 공급하느냐가 곧 권력이다.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의 에너지산업 규모는 300조원쯤 된다. GDP의 20%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매출보다 많다. 매출 1조가 넘는 30여개 에너지기업들이 주도한다. 재생에너지는 이 300조를 지역과 지역주민에게 분산한다. 기득권의 반발은 당연하다.

그래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원칙이 중요하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의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질서있는 에너지 전환을 주도해야 한다. 원칙의 핵심은 누가, 어디에, 어떻게 하느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역주민이, 지역합의에 의한 계획부지에, 협동조합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첫째, 누가? 에너지전환의 주인공은 농민·농촌주민·지방정부다. 귀농귀촌인도 조연으로 참여할 수 있다. 산업화는 도시로 사람과 자원을 빨아들였고, 도시를 위해 상수원보호구역, 그린벨트, 농업진흥지역을 지정했다. 도시의 부동산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 농촌지역은 그렇지 못했다. 게다가 도시는 온갖 쓰레기를 토해냈고, 이제는 햇빛과 바람마저 앗아가려 한다.

이는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일이다. 모두가 떠날 때 묵묵히 식량을 생산하고, 환경을 보전하며 농촌지역을 지킨 20%의 국민(농촌인구)이 에너지 전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기후변화를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구이동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는 온전히 지역의 몫이다.

둘째, 어디에? 정부는 재생에너지 입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식량생산과 환경보전이 에너지전환과 양립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농촌 주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농촌재생에너지기본법을 제정하여 우선순위 설정과 계획입지제도를 도입하고, 지방정부의 재생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의무화해야 한다.

나아가 지방정부의 재생에너지조례 표준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지에는 영농형 태양광으로 먹는 에너지(식량)와 쓰는 에너지(전기)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농업진흥지역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씨나락을 까먹는 어리석은 일이다.

재생에너지 입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셋째, 어떻게? 농민과 지역주민이 마을별로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공동으로 부지를 마련하고 운영 및 수익배분을 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지방에너지공사를 설립하여 국공유지를 중심으로 지역자본(상호금융 등)을 투자하고, 그 수익을 지역배당(농촌기본소득)으로 주민에게 환원시켜야 한다. 도시보다 고령화가 훨씬 심하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촌지역에서 햇빛배당은 지역을 지속가능하게 할 것이다. 주민의 공유자산인 햇빛과 바람은 자연이 선물하는 마지막 희망이고 보상이다.

밀려오는 고령화·저성장·양극화 삼각파도 속에서 지역균형발전과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은 지역주민이 주인되는 질서있는 에너지전환이다.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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