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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문 대통령, 야당과 소통 시도? 국민에 직접 호소?

박 전 대통령, 여론 앞세운 야당 압박 '고잉 퍼블릭' 애용 … 청와대 "야당과 대화 활발히"

등록 : 2019-01-11 11:08:08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고잉 퍼블릭(Going public)' 전략을 애용한 대표적 대통령으로 꼽힌다. 야권과 언론의 공세에 부딪혀 국정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들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여론에 호소해 그들을 우회압박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 당시만 해도 높았던 국정지지도가 배경에 깔려 있었다.

문 대통령 "질문 주세요"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의를 요청하는 기자를 지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박 전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장기 표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국회 공전 △세월호특별법 대치로 민생법안 처리 난항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란 등 대치정국이 조성될 때마다 국회와 언론을 설득하는 대신 여론을 향해 "저들을 혼내달라"고 호소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 잘 살라고 있는 게 아닌데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이야 자문해 봐야 할 때" "야당에서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 "(국회는) 우리 미래세대에게 더이상 죄짓지 말고 지금이라도 (입법을) 실행해야 한다"며 수시로 국회를 압박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앞세워 국회 특히 야당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고잉 퍼블릭'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야당과 언론을 굴복시키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더 거센 반발을 불렀고 대치를 심화시켰다. 불특정 여론을 앞세워 대의민주제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실제 입법 성과도 거두지 못했고 "민주주의와 정치를 고사시켰다"는 비판만 샀다.

박 전 대통령이 툭하면 여론에 호소하는 대신 그 시간에 야당을 한번이라도 더 만나 설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기 8년 가운데 6년을 여소야대 상황에서 지내면서 하루 업무시간 8시간 가운데 5시간 이상을 야당 접촉에 할애했다는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뒤늦게 쏟아졌다.

최근 정국도 냉랭하다. 야권은 10일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제기한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까지 제출하면서 대여 공세를 펼치고 있다. 보수언론도 여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날마다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개혁입법은 난파선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반대편의 공세가 답답했던지, "정부 정책을 부당하게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폄훼하는 가짜뉴스 등의 허위정보가 제기됐을 때는 초기부터 국민께 적극적으로 설명해 오해를 풀어야 한다"(2019년 1월 8일) "취사선택해서 보도하고 싶은 것만 부정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2018년 12월 31일)고 발언했다.

민주당도 야당과 보수언론을 향해 연일 강도 높은 공세를 퍼붓고 있다. 국정운영이 원활치 않은 이유를 정권 내부가 아닌 외부(야당과 보수언론)에서 찾는 듯한 뉘앙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문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정운영을 해야하는데, 엉뚱하게 밖에서 싸움 대상을 찾고 있다"며 "이러다간 (국회 대신) 국민을, 여론을 동원해 국정 운영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실패로 판명난 박근혜식 '고잉 퍼블릭'에 유혹을 느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10일 청와대에서 나온 발언에선 아직까지는 "정치에서 답을 찾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정무적 기능을 강화했다고 봐달라"며 "그 정무적 기능 속에는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과의 대화도 보다 활발하게 하고 싶은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를 찾은 노 비서실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많은 분을 만나 얘기를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야당과 보수언론을 설득해 정국을 돌파할지, 아니면 여론을 앞세운 우회전략을 택할지 갈림길에 선 모습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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