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 대구가톨릭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대한민국헌법은 공무원을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재직 중 공무원인재개발법 등에 따른 각종 교육훈련을 받으며 자기개발 학습을 해야 한다. 정부의 중앙인사행정기관인 총무처(현 인사혁신처)는 건국 초기부터 공무원에 대한 교육훈련을 주관해 왔다. 빈약한 부존자원에도 국가가 고도로 압축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해 나갈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충성과 숙련된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비교적 일찍 정비되었던 군대식 훈련제도를 공직에 접목하는 등 국내훈련을 우선시하였지만,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경제규모가 커지기 시작한 70년대 후반부터는 선진국의 정책과 제도를 수입하는 해외훈련 프로그램을 병행하게 되었다.

미국·영국 두 나라 보고서가 과반수

다만 처음에는 예산 사정상 단기 연수과정으로 운영하다 점차 1년 이상 장기 파견을 통해 긴 안목에서 전문가를 육성하는 제도로 확대하였다. 이처럼 장단기 훈련과정을 통해 안목을 넓힌 공무원의 경험은 행정개혁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1948년 민주독립국가 수립 직후 동족상잔의 비극적 전쟁까지 겪고 외국의 구호물자로 버티던 나라가 불과 70여년 만에 대외 원조까지 하게 된 비결에 대하여 많은 나라가 흥미롭게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자리를 찾거나 공부하기 위하여 또한 문화와 관광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매년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40여 년간의 공무원 해외훈련 프로그램 성과를 되짚어 내실화해 나갈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 된 것 같다.

2016년부터 종전 공무원교육훈련법을 공무원인재개발법으로 변경하고 각 교육원 이름도 인재개발원으로 고친 배경은 공직의 가치를 확립하고 직무 수행 전문성과 미래지향적 역량 강화 등 종합적 관점에서 국가 인재를 개발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따라 기존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대폭 개선·보완하였다. 다만 장기 해외훈련제도는 파견된 공무원 직급만큼 결원을 보충할 수 있어서 각 기관 인사운영과 연계되어 인재개발 목적만 갖고 개편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국가공무원의 교육훈련 정보는 인사혁신처의 인재개발정보센터(www.training.go.kr)를 통하여 제공된다. 모든 공무원은 국내외 장·단기 교육훈련 과정을 마치는 대로 결과보고서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있다. 그 중 2002년부터 등록을 시작한 장기 해외훈련과정 보고서는 총 3000건이 넘는다. 연 평균 약 200여건의 보고서가 등록되는 셈이다. 2018년에는 총 234건이 등록되었다. 이를 훈련 국가별 보고서가 많은 순서로 보면, 미국 79건(33.8%), 영국 45건(19.2%), 중국 24건(10.3%), 일본 16건(6.6%), 캐나다 13건(5.6%), 독일 11건(4.5%) 등이다. 나머지 22개 국가의 보고서는 1건부터 5건으로 분포되어 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대양주 9개국, 유럽 14개국, 북미 2개국, 남미 3개국이다.

이 통계는 2018년에 등록한 결과보고서 기준이므로 실제 연도별로 파견된 국가나 기간과는 상이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영국 두 나라 보고서가 과반수이고 영어권 국가가 62%나 되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이미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많이 갔다 와서 정착하기 쉽고 생활여건도 비교적 양호한 선진국에 가서 새로운 제도와 지식을 다시 배워 공유하겠다는 개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어권 등 특정국가 집중 재고해야

우리와 교역규모나 대외협력관계 등을 고려해 보면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을 포함하여 러시아, 인도, 브라질, 베트남 등으로도 적극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자국의 성장모델로 삼는 나라로 가서 우리나라의 발전과정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며 상호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한때는 경제부국이었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반하는 인기영합 정책을 오래 시행함으로써 국력이 쇠퇴해진 나라들로부터는 정부실패의 부작용을 재확인하여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정책을 수립할 때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나라에서 생활하며 축적한 해외훈련결과보고서는 국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살아있는 정책 지식의 보고이므로 공직사회 전체에 널리 활용될 필요가 있다.

김명식 대구가톨릭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