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소비자 물가가중치는 일종의 소비자가계의 지출비중이라고 볼 수 있다. 가중치는 과거 5년 주기로 산출했으나 최근에는 2~3년 주기로 변동시키고 있다. 현재의 소비자물가 가중치는 2017년 소비자가계의 지출비중을 기준으로 산출되었고, 전체 품목수는 460여개에 달한다. 그중 농축산물의 경우 쌀 배추 사과 쇠고기 돼지고기 달걀 등 60여개 품목이다. 중요한 것은 품목수가 아니라 그 비중이다.

농축산물의 경우 30여년전인 1985년 가중치는 23.6% 수준이었다. 이것은 국민들이 한달에 250만원을 소비지출한다고 가정할 때 농축산물을 구입하는 데 매월 23.6% 즉 59만원 수준을 지출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32년이 지난 2017년 기준으로 현재의 농축산물의 가중치는 32년전의 4분의 1 수준인 6.5%에 불과하다. 이제는 250만원 지출할 때 농산물을 구입하는 데 매월 6.5%, 16만원 수준만 지출한다는 의미이다.

쌀소비량 감소하고 쌀값은 상대적으로 안정됐기 때문

반면에 가중치가 크게 증가한 품목도 있다. 예를 들어 외식의 비중은 1985년 2.2%에 불과했으나 2017년 12.7%로 6배나 증가했다. 이것은 1985년에 250만원 지출할 때 매달 외식비에 5만 5000원 지출했는 데 이제는 32만원을 지출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최근 논란이 되는 쌀의 경우는 어떠한가? 30여년전인 1985년 쌀의 소비자물가가중치는 7.91%였다. 이것은 한 달에 250만원을 지출한다면 쌀을구입하는 데 매달 7.91% 즉 20만원 수준을 지출했다는 의미이다. 쌀을 구입하는 데 하루에 7000원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2017년 기준으로 쌀의 소비자물가 가중치는 0.43%로 30년전의 18분의 1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쌀의 가중치 0.43%는 쇠고기 1.07%, 돼지고기 0.92% 보다도 낮고 외식커피 0.69%, 치킨 0.52%보다도 낮아졌다.

이렇게 쌀의 가중치가 낮아진 것은 국민소득은 크게 증가하는 데 쌀소비량은 감소하고 쌀값은 상대적으로 안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소비자가계에서 한 달에 250만원 지출할 때 쌀을 구입하는 데 0.43%, 고작 1만1000원을 지출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로 계산하면 하루에 350원 수준을 지출하는 것에 불과하다. 쌀값이 2배로 오르더라도 하루에 700원을 지출에 불과하다. 30년전 18배 높은 비중에 비하면 쌀값이 상승하더라도 대부분의 소비자가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농민단체가 80kg 가마당 쌀목표가격을 5년만에 현재 18만8000원에서 최대 24만원 수준까지 대폭 올려달라는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계에 부담이 되지 않는 다고 쌀 목표가격을 크게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한 쪽으로 치우친 시각일 수가 있다. 우리의 쌀산업의 소득문제는 가격의 문제보다 규모의 영세성에 있다. 농가당 쌀농사의 규모는 1ha 수준이고, 2017년 1ha당 쌀소득은 연간 54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쌀농사에 투입되는 노동시간도 ha당 100여시간에 불과하다. 따라서 쌀농사의 시간당 소득은 5만원 수준으로 다른 농작물에 비하여 2~3배 높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쌀목표가격을 크게 올리면 쌀농사의 시간당 소득이 다른 작물보다 더 높아져 구조적인 쌀 생산과잉을 유도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의식하지 못할 수 있으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시간당 소득이 높은 작목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이다.

쌀의 과잉생산 가능성 등 고려해야

실제로 쌀생산량의 증가로 인해 2016년산 산지 쌀값이 13만원 수준까지 하락하여 쌀변동직불금을 모두 지급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 바가 있다. 따라서 쌀목표가격 결정 시 소비자가계의 쌀소비지출 비중의 감소뿐만 아니라 쌀의 과잉생산 가능성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감당 능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