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수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회장

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법이 국민이 아닌 특정 단체나 집단을 위해 존재한다면 그 법은 이미 존재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법철학자들이 말하는 법과 현실의 괴리현상에 따른 법의 실효성 문제이다.

간통,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어제 범죄로 취급되었던 것이 오늘은 처벌되지 않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생활패턴이 복잡해질수록 법 체제 역시 다양화, 전문화되어야 한다.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하지 않고 실효성 없는 법을 고집한다면 국민들의 사법접근권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가압류, 가처분 및 개인회생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비송사건의 영역도 마찬가지이다. 법무사들은 공무에 종사할 때 비송사건을 처리한 경험과 지식이 있는 비송사건 전문가이고, 실제 현장에서 절대 다수의 비송사건을 수임 받아 처리하고 있다.

가압류 개인회생사건 등 비송사건 대부분을 법무사가 처리

어느 법무사든 가압류, 가처분, 개인회생사건 등 비송사건을 주사무로 내세우고 있다. 변호사에게 개인회생, 가압류사건을 문의하면 오히려 법무사 사무실로 안내해 주기도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도 비송사건이 법무사의 주영역임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권이 없다보니 동일사건에서 서류접수 이후 서류제출시마다 건별로 수수료 및 위임장을 받아 별건처럼 처리할 수밖에 없어 국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취득세의 경우를 보더라도 등기를 담당하는 법무사가 전체 취득세·등록세의 90%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세무사나 변호사가 취득세를 대리하는 예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사에게는 신고납부의 대리권이 없고 세무사, 변호사에게는 대리권이 있다. 일을 하는 자격자에게는 대리권을 주지 않고 그렇지 않은 자에게 대리권을 주는 ‘현실 따로 법 따로’ 법률은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

법무사는 비송사건을 자격증 취득시험 필수과목으로 하는 유일한 직역이다. 법무사협회는 비송사건에 대한 연구나 특별교육과정 등을 통하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무사에게 비송사건 대리권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현실에서는 법무사가 대부분의 비송사건을 처리하게 될 것이다. 법과 현실이 맞지 않다면 결국 불필요한 범법자를 양산하고, 국민들 불편만 가중될 뿐이다. 법무사에게 비송사건 대리권을 부여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들은 법무사에게 ‘대행’이라는 소극적인 도움보다는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은 ‘대리’를 원하고 있다. 법원도 비송사건을 비롯한 고도의 법률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부분에 대하여는 과감하게 사법보좌관에게 업무를 이양하고 있다. 비송사건, 취득세신고 등에서 법무사가 대리권이 없음으로 인하여 국민들은 서류 한 장 제출도 건건이 위임을 해주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국민들은 전문가를 신뢰하여 업무를 위임하고, 수임 받은 전문가는 그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현실과 따로 노는 법을 유지하는 한, 우리는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실과 법의 일치 여부는 OECD 평가단체에서의 선진국 순위 평가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법무사 비송 대리는 국민편익에도 중요

전문직역은 국민의 생활 편의와 구제를 위하여 존재한다. 그러므로 특정 자격자 위주로 모든 분야에서의 독점화를 고집한다면 전문직역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 질 우려가 있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따라서 특정집단을 위하여 여러 분야 전문가를 통제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고 다양한 분야의 특수 전문가를 적극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본다.

현직에서의 경험, 현장에서의 절대다수 비송사건 처리, 법무사시험과목 및 특별교육을 통한 전문성 향상 등을 볼 때 법무사에게 개인회생사건을 포함한 비송사건대리 자격부여는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대법원이 최근 개인회생사건을 취급한 법무사에게 포괄수임, 사실상대리를 내세워 유죄로 단죄한다면 ‘법 따로 현실 따로’를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황승수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