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노동운동은 없어 … "불참결정시 '플랜B' 고려안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5일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 개혁이 후퇴하고 있다. 촛불항쟁을 넘어 우리사회의 개혁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 재벌체제 극복, 사회안전망 확충 등 개혁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공론의 장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또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하더라도 이른바 ‘플랜B’는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민주노총은 오는 28일 오후 2시 서울 강서 88체육관에서 67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포함한 2019년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 17일 정책대의원대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 변백선 노동과세계 기자

■ 지난 1년을 되돌아본다면.

민주노총이 이제 우리사회에서 노사관계에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이해 당사자로만 국한되지 않고 한국 사회의 변화에 있어서 대단히 주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절감한 한해였다.

■ 집권 3년차 문재인정부를 평가해 달라.

그동안 민주·진보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요구했던 많은 내용들이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에 반영됐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결의나 각오가 필요한데 문 정부가 의지와 선의가 있기 때문에 잘 할 것이라고 너무 낙관하지 않았나 싶다.

개혁 드라이브를 관료들 손에 주고 투자유치라는 명목 하에 규제 완화가 이어지면서 대기업 쏠림현상이 계속돼 문 정부가 표방했던 노동존중과 소득주도 성장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속도조절론이 아니라 개혁의 후퇴다. 우리사회가 촛불이후 개혁의 바람이 불어왔던 것처럼 민주노총이 그 바람을 다시 불러일으킬 것이다.

■ 신년사에서 ‘사업장 담장을 넘어 한국사회 대개혁으로’라는 구호를 제시했다.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사업장에서 임금과 단체교섭으로서 노사관계, 기업 내에서 문화·민주적 관계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이제 사업장 담장을 넘어서야 한다. 이는 우리사회 노동이 노동으로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분야에서 질적인 변화와 영향을 주고 있다. 민주노총이 우리사회 대개혁의 과제를 실현하라는 방향,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정기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사업 평가도 하겠지만 2019년에 사업계획 논의가 가장 핵심이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시기적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우리사회 변화를 좀 더 주도해 내고 개혁의 불씨를 좀 더 살려내야 한다.

이러한 방향에 따른 사업계획으로 투쟁계획, 연대전략, 교섭전략이 있다. 교섭전략안에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대한 참여여부가 있다.

■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가 높다. 조직 내부 분위기는. 

참여와 불참을 놓고 각각의 입장들이 공개적으로 천명되고 있다.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하나의 사업계획에 대해 각기 공개적인 입장을 천명하면서 논쟁을 벌이는 것은 2016년 정치방침 논쟁 이후 처음이다. 다양한 의견들이 충분히 논의되고 토론과정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 지난해 10월 정책대의원대회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경사노위 참여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나.

우선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과 경과과정의 대한 치밀한 설명과 소통, 광범위한 홍보 등이 부족했다. 또 대의원대회 참여 조직화를 대의원들에게만 맡긴 측면이 있었다.

대의원대회 성사가 대단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보다 세밀한 준비기 부족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이번 정기대의원대회 준비과정이다.

■ 달라진 것이 있나.

올해는 100만 민주노총이 말뿐이 아니라 실제 대의원 숫자가 300명 이상 늘어 성원이 1400여명이다. 실제 대의원대회가 성립이 되려면 사상 가장 많은 규모가 참여해야 한다. 안정적 회의를 치르기 위한 규모를 800명으로 보고 있다. 대의원과 직접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정책대의원대회에선 지역본부만 순회했는데 16개 산별·연맹을 순회하고 있다. 주요사업장도 직접 설명하고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이번 대의원대회의 의미가 무엇인지 안팎으로 알리고 있다. 이번 대의원대회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정이 됨에 따라 잘 치러내는 것을 대중적으로 보여줄 때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각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 최근 정부, 여당 관계자 특히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투쟁하려면 들어오지 마라, 더 기다리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11~12월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출범에 같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며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뒤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따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

■ 문재인정부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며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문 정부의 개혁정책이 후퇴하게 바라만 볼 수 없다.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후퇴하고 있는 것들을 국민적 관심사와 개혁의 방향으로 돌려놓기 위한 안팎의 투쟁이 다 필요하다.

또한 신뢰를 주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해야 한다. 단위사업장과 마찬가지로 교섭상대방의 태도는 비판하고 고칠 것을 요구하지만 그렇다고 교섭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 이것이 좀더 적극적인 투쟁을 벌여나가기 위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홍남기 부총리는 문 경사노위 위원장을 만나 ILO 기본협약 비준과 단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의 빅딜을 이야기 했다.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기구 내에서 뭔가 주고 받기식 흐름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ILO 기본협약은 거래대상이 아니다. 국정과제이자 국민에 약속한 것으로 바로 비준해야 한다. 그것은 관료적 시각이고 개혁을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노동계에 대단히 불리한 다른 차원의 문제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ILO 기본협약 비준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마치 노동계를 양보하지 않는 집단으로 몰아가려는 프레임을 짜는 것으로 보인다.

■ 현 경사노위 구조에서 사회대개혁을 위한 합의나 전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주장은 공허하다는 입장도 있다.

경사노위는 사회 대개혁 과제들을 공론화 장 속에서 충분히 협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정부도 ‘경사노위는 노사중심성으로 간다. 정부는 그런 분위기만 형성할 뿐이다’고 명확히 했다. 노사중심성은 법안 자체에도 있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하면 경사노위 운영에 대한 대폭적인 재점검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과거 노사정위의 패턴과 성과위주의 운영을 정부 관료들이 주도했다고 봤을 때 재검토해야 한다.

산업·공공·재정운영정책이 경사노위에서 다뤄져야 할 가장 중요한 의제이며 민주노총이 개입해서 만들어가야 한다. 금속 등 산업업종위원회를 더욱 확장하고 일시적으로 중단된 공공부문 노정협의회도 즉시 가동해야 한다.

우리사회 개혁을 위한 재벌체제에 대한 극복과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과제를 개혁방향에 맞춰서 달성할 수 있도록 참여해서 만들어야 한다.

투쟁이 먼저냐 교섭이 먼저냐가 아니라 투쟁을 통해서 교섭의 힘을 높이고 교섭이 진전되는 과정 속에서 투쟁에 대한 기운이 북돋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 산별노조들이 추진이 산별교섭과 사회적 대화와의 관계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산별노조가 어떤 위상을 가지고 어떻게 자리를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산별노조로 조직된 규모가 민주노총에서 70~80% 차지한다.

산별적 교섭과 연동된 투쟁들이 광범위하게 만들어지지 못해 사회 개혁과제, 산업정책 등이 정체돼 있다. 우리사회에서 사업장 담을 넘어 제대로 산별교섭하기란 무척 어렵다. 정부와 교섭도 공식성이 없어 불안정하다. 과거에는 진보정당이 국회에서 교두보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왜소화되거나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대기업 등 사용주들이 교섭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경사노위에서 일정한 구속력이나 규정력을 갖는 산업업종위원회 등을 통해서 산별교섭을 안착시킬 수 있는 교섭 틀로 작용할 수 있다. 경사노위가 산별교섭과 투쟁을 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 경사노위 참여가 부결되면 어떻게 할 건가.

다른 별도의 사업플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른바 ‘플랜B’는 없다. 대의원대회가 갖는 사업계획의 내용은 투쟁전략과 연대사업의 방향, 교섭전략이 세개의 톱니바퀴처럼 동시에 물려가는 것이다. 어느 하나가 빠졌을 때 제대로 성립이 안된다. 사업계획이 하나의 완성체로 제출됐다.

반대하는 대의원들에게 참여를 호소하는 것은 되는 방향으로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줬으면 좋겠다,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노조활동이나 노동운동에서 없다고 본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의원대회는 민주노총 성원 모두가 우리 사회에서 고립을 뛰어 넘어서 정확한 주체임을 확인시켜주는 계기될 것이다.

■ 11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나.

지난해 말 정책실장 교체이후 상견례를 나누자고 했는데 구체적인 일정을 못 잡다가 새해 들어서 의제를 정하지 않고 잠깐 만났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의지가 지금도 있다.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의지를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각 산별노조 단위에서 정리한 내용을 전달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시민대책위 요구, 제주 영리병원 추진에 정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 광주형 일자리를 금속노조가 반대하는 이유를 대신 전달했다. 또한 현안인 최임임금 결정구조 변경,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사회서비스 확대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도 밝혔다.

산업정책, 노사관계 등에 대해 민주노총 산별지도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 필요성도 공감했다.

■ 2020년 총선을 대비한 ‘을들을 위한 범국민적 연대’를 제안했는데 어떤 계획인가.

우리사회의 갑질, 불평등, 양극화로 노동자만 피해보지 않는다. 노동자 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우리세대에 있어서는 청년세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 600만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잘못된 불평등 구조에서 신음하고 있다. ‘을’로 표현되고 있는 모든 세력들이 함께 불평등 사회를 바꿔야 한다.

지난 시기에 국정 농단에 대한 촛불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 삶을 바꾸는 진정한 촛불을 밝혀야 한다. 바로 우리사회의 관료, 보수언론, 재벌독식구조에 저항하는 전체 ‘을들의 연대’가 지금 필요하다. 오는 노동절대회에서 첫 발을 떼야 한다.

■ 지난해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 관련 민주노총 계획은.

올해  1월 1일 모든 언론의 이슈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였다. 국민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한반도 평화번영과 남북한의 자주적 통일문제가 단순한 이데올로기나 먼 미래의 문제 아니라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빠른 변화에 맞춰 민주노총이 평화통일 사업을 한 부분영역이나 통일위원회 사업으로 국한하지 않고 전체 사업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단순한 남과 북의 노동자들의 자주교류를 확산하는 데 그쳐서 안된다.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낡은 장애물이 있다. 법적으로 국가보안법이 있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족쇄도 있다. 민주노총이 평화와 자주통일 세력과 함께 새로운 평화통일운동의 방향을 세워할 때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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