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 상응조치' 구체화 주목 … 남·북·미 3자회동 열릴지 관심

워싱턴에서 열린 북미고위급회담 직후 국제사회의 시선은 곧바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 중인 북미 실무협상으로 옮겨갔다.

고위급회담에서 양측이 큰 그림에 합의했다면 실무협상에서는 디테일을 놓고 양측의 밀당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 스웨덴회담에서는 남·북·미 3자회동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북한 비핵화와 상응조치,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논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관련국들이 밝힌 공식 명분은 국제회의 참석에 불과하다. 스톡홀름 인근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제회의에 남·북·미 3자가 각각 초청받아 함께 참석한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참석자 면면을 보면 단순 참가로 보기엔 무게감이 남다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그리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모두 참석했기 때문이다.

공식 회의 외에 비공식 만남과 다양한 차원의 협상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무협상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북미 양측 실무단은 외부에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합숙 담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회의장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는 호수로 둘러싸여 있어 정문을 통하지 않고서는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정문에는 경찰병력이 배치돼 취재진의 접근마저 원천봉쇄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21일까지 이곳에 머무를 것으로 알려진 북미 대표단이 합숙 담판을 통해 구체적인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북미실무협상에서 양측은 내달 말께로 합의된 2차정상회담 의제와 실행계획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양측이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부담이 큰 만큼 2차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에 제시할 구체적인 협상결과를 실무선에서 협의해야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폐쇄, 영변 핵시설 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과 미국의 종전선언, 제재완화, 그리고 여기에 우리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재개 등이 다양한 각도에서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스웨덴 회동에 직전에 이뤄진 외교일정도 흥미롭다.

지난 9일 이도훈 본부장은 방한 중인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한반도 특사를 면담했고, 열흘여 뒤인 17일에는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 사무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이 본부장을 비롯한 외교부 고위관계자들과 면담한 바 있다.

관련국들 사이에 모종의 의견조율과 양해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일련의 흐름이 워싱턴 북미고위급회담과 이번 스웨덴 회동으로 이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는 북미뿐만 아니라 남한까지 포함된 3자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스톡홀름 협상에서 3자회동 여부와 결과 역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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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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