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말 개최된다. 정상회담 장소도 개최국이 결정됐지만 추후 발표되는데 베트남 다낭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17일부터 2박 3일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처음 직항 편으로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50분간 고위급 회담을 갖고 곧이어 백악관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90분간 면담한 결과 2월 말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확정 발표됐다.

김정은 친서 받는 트럼프 |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1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는 사진을 게시했다. 연합뉴스


스웨덴에서는 6개월이나 겉돌던 미국 스티브 비건-북한 최선희 실무라인까지 상견례를 하고 협상에 돌입했다. 과연 2월 말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정상간 추상적인 합의를 뛰어넘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새 관계수립으로 가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들로 실질적인 진전을 보게 될지 예의 주시된다.

◆6.12 첫 정상회담 때와 달라진 트럼프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12 첫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흥분을 가라앉히고 뜸을 들이고 있다. 그는 19일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국을 선정했으나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되진 않았으나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에 있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면담에 대해 "거의 2시간 동안 만났다"며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는 아마도 2월 말쯤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한 나라를 선택했지만 추후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2차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고, 나도 마찬가지"라며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비핵화에 관한 한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즉각 트윗으로 중계했고 면담과 친서전달 장면, 백악관 내 산책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이번에는 그 흔한 트윗조차 날리지 않았고 백악관이 2월말 2차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한 다음날 육성으로 언급했다.


◆2월 말 2차정상회담 빅딜 놓고 기싸움 = 이에 앞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말 개최 된다고 18일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정상회담 장소는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미뤘다. 2차 정상회담 장소로는 베트남, 태국이 최종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 나라를 선택했다고 밝혀 여전히 베트남 다낭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간주된다.

북한이나 미국은 이번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워싱턴행과 2월 말 2차 정상회담 결정 과정에서 오랫동안 이례적인 침묵을 지켜 그만큼 빅딜을 위한 기싸움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로서는 처음 직항 편으로 워싱턴에 왔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겸 통일전선부장은 지난 18일 숙소인 듀콘 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50분간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고위급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알렉스 웡 부차관보, 마크 램퍼트 북한 담당 특사가, 북한측에선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대행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곧이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90분간 면담하고 김정은 위원장 친서를 전달했다.

백악관은 트럼프-김영철 면담이 끝난 직후 2월 말 2차 정상회담 개최를 트윗을 통해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측은 이례적으로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일정, 고위급 회담 결과, 백악관 면담 등을 공개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마저 트윗도 날리지 않다가 공개 언급도 하루 뒤에나 내놓았다. 게다가 2차 정상회담 개최국을 결정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추후 발표하겠다고 뜸을 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미국이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양보를 더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스웨덴 실무협상 디테일 싸움 돌입 = 2월 말 2차 정상회담 개최를 결정한 북한과 미국이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외곽에서 19일부터 실무 협상에 착수했다. 라인을 개설해 놓고도 수개월간 만나지 못했던 미국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첫 회동을 갖고 상견례를 하자마자 디테일 싸움에 돌입한 보기드문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비건 대표는 지난해 8월에 임명된 뒤 10월에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수행해 평양을 방문하는 등 미국 실무협상 대표로 나섰으나 북한 카운터 파트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지난 6개월 동안이나 회동하지 못했다가 첫 상견례부터 치열한 디테일 싸움을 제 3국인 스웨덴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실무협상이나 고위급 회담 대신에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하기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2월말 2차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첫 회담 때와는 달리 보다 구체적이고 진전된 결과를 도출해야 하므로 디테일을 사전에 결정해야 하는 실무협상이 반드시 필요해 비건-최선희 라인을 본격 가동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현실적 대안들로 또 한 번 빅딜하나 = 과연 북한과 미국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2월 말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제재완화, 평화체제 구축, 새 관계 수립으로 가는 디테일까지 결정해 또 한 번의 빅딜을 타결하게 될지 예의주시된다.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보다 현실적인 대안들을 주고받는 또 한 번의 빅딜로 실질적인 진전을 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실적인 빅딜 대안으로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동결, ICBM 일부 폐기와 미국의 단계별 제재완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 협상 등을 맞교환하는 방안이 가장 많이 거론 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현재 미국은 북한이 협상 과정 중에는 핵물질과 핵무기의 생산을 중단하는 핵프로그램 동결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13개월째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있으나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과 같은 핵물질과 핵무기, 그리고 ICBM까지 계속 만들고 있는 것으로 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미국은 당초 북한에게 핵과 미사일 전모에 대해 목록을 제시 하라고 요구했으나 북한은 선제타격 리스트를 달라는 것이라며 일축해 북미협상이 겉돌았다.

이 때문에 이번 2월 말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돌파구를 찾으려면 북한이 계속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핵물질과 핵무기, ICBM의 생산까지 동결하는 방안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내걸고 있는 것으로 뉴욕 타임스는 해석했다. 물론 미국은 상응하는 조치들로 맞교환할 수 있는 카드로 단계별 제재완화, 종전선언, 북미연락사무 개설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1990년대 북미협상 주역이었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첫번째 비핵화조치로 용의를 밝혔던 영변 핵시설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하는 대신 미국은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으로 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 무기 조정관은 북한과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까지 참여해 비핵화와 제재완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새관계 수립을 분야별로 논의하는 실무그룹을 가동시켜야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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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