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식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 본부장

1970년대 국민 중 50% 비중을 차지했던 농촌지역 거주 인구는 2015년 기준 18%인 90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최근 전교생 60명 이하의 초미니 학교가 언론에 보도됐는데, 전국 1184개 면 중 한 개 면에 학교가 하나뿐인 곳은 절반이 넘는 666개소로 나타났다. 강원도나 전남북, 경북도의 경우 그 비율이 각각 50%에 달했고, 충남북도 35%에 이르렀다. 경지면적이 많은 지역 순서와 비슷하다. 농촌은 국민 먹거리를 공급하는 공간이고 경관과 쉼터도 제공하지만 삶의 터전으로서 가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국민 삶의 질 높였지만 소외받은 농업·농촌

우리 농업은 절대 빈곤시절부터 국민 먹거리 공급을 위해 애썼고, 지금 선진국에 버금가는 국민 식생활 수준을 이룩하는 데 공을 세웠다.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의 키가 1972년 126.9cm에서 2015년 137.1cm로, 몸무게는 25.8kg에서 35.3kg으로 늘어난 것도 농업생산성 향상이 뒷받침했다.

하지만 농업과 농촌살이는 여전히 인기가 없다. 농촌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도시로 사람들이 과도하게 집중됐을 때 도로 교통 주택 문제와 함께 실업자 양산, 복지시설 부족, 환경오염 심화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는 것은 산업화를 지나온 나라들에서 공통으로 검증됐다. 각종 범죄와 비행 자살 등 사회적 병리현상도 많아지고 빈민가 형성 등 빈부격차에 따른 계층간 괴리감과 갈등도 경험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는 선진국들이 그랬듯 농촌살리기 정책을 적극 펼치기 시작했다. 농촌이 농민들의 일터요 삶터이며 국민의 쉼터로 역할할 수 있도록 농산어촌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을 펼쳤다. 수도권이나 도시로 집중을 막고 국토를 골고루 발전시키겠다며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로 22개 기관 1만5000명, 12개 광역시·도의 혁신도시로 공공기관 153개 3만여명이 삶의 터전을 옮겼다. 정부는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특별분양을 해주고, 이전수당을 주고, 통근버스로 출퇴근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농촌살이가 세대를 이어 지속가능할까. 혁신도시나 농촌에서 일하는 부모에게 도시에 남은 자녀들이 "왜 우리 가족은 떨어져서 살아"라고 질문할 때 '돈벌이' 때문이라고만 답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위해, 보람된 일을 하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면 어렵지 않을까.

일부 대학이나 연구기관 기업은 국고지원금을 많이 받는 것을 실력으로 인정하고, 공공기관에 취업하거나 공무원이 되면 축하현수막이 걸리며, 부모들은 자식이 편안하고 돈 많이 받는 곳에 들어가서 기득권을 유지하는 진입장벽을 치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 최근 공전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방송드라마 '스카이 캐슬'도 세태를 반영한 자화상이다. 이런 사회에서 농촌은 계속 버림받을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지않을까.

변화의 싹은 있다. 은퇴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던 귀농귀촌 흐름이 젊은층으로 이어지고 있고, 월가의 투자자들조차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 농업과 식품산업 등이 연관되면서 부가가치도 높아지고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고 있다. 전북 익산시에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도 이런 흐름 속에서 식품산업의 메카로 관심을 모으고 있고,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 귀농·귀촌 흐름 이어가야

곧 설이다. 해마다 설이나 추석에 되풀이하는 민족 대이동은 우리 삶의 뿌리가농촌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한 일을 정부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지 않을까.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지방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도 승진기회를 주고, 5도2촌 생활을 확장해 가자.

농업인들도 정부에 의존하는 경향을 극복하고 협동조합이나 지역농업회의소에 적극 참여해 스스로 경제적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높여야 한다. 안전한 먹거리 공급에 힘을 쏟고, 불우이웃 돕기도 하면서 '고향세'에 대한 답례도 준비해야 한다. 전국, 다른 지역이 아니라 우리 마을부터, 내가 경작하는 품목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크고 혁신적인 것이 아니라 작고 하찮아 보여도 나와 공동체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취해 가는 행동이 필요하다.

황인식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