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 연합회 이사장

최근 산업용 고압가스인 헬륨의 공급부족으로 인하여 반도체, 의료기기, 뿌리산업 등의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부족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 국내산업의 커다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헬륨은 구리의 100배에 달하는 ‘고도의 열전도성 및 열처리성’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전자·반도체·LCD 등에 필수적인 요소다. 금속용접시 공기의 차단, 비행선·기구(氣球)의 부양, 전류발생장치의 냉각, 레이저절단용 가스, 광섬유 및 금속열처리의 보호가스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헬륨은 공기나 방사성 광물등에 소량으로 존재하지만 경제성이 낮아 주로 천연가스에서 추출·정제를 통해 생산하고 있으며, 수입된 헬륨의 약 70%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전자분야에 공급되고, MRI 등 의료용장비에 10%, 광섬유분야 7%, 초저온분야 5%, 레이저가공분야 3%, 기타 벌룬등에 5%가 사용되고 있다.

국내 반입물량 크게 줄어 비상

하지만 국내에서는 헬륨을 생산하지 못하여 연간 2000톤 가량을 카타르 미국 러시아 등지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전년도 3분기까지는 약 1500톤이 수입되어 2017년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4분기에 들어서면서 카타르의 헬륨출하가 원활치 않고 미국 BLM(토지관리국)의 공급가격 폭등으로 국내의 헬륨 반입물량이 크게 감소하였다.

헬륨의 최대 수출국가인 카타르는 인근 중동국가와의 외교문제로 인하여 헬륨의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였다. 카타르 1·2 광구의 생산설비에도 문제가 생겨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게 되었다. 특히 미국 BLM의 원유헬륨 경매에서 최고가로 낙찰을 받은 A사가 헬륨 공급의 주도권을 거머쥐면서 100% 이상의 가격인상을 단행하였다. 이로 인해 국내 대규모 전자소재 대기업에 비상이 걸렸고, 헬륨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중소제조업체의 생산활동에도 커다란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소제조업체에 헬륨을 공급하는 충전·판매업계는 가격불문으로 물량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47리터 용기 한병당 가격이 40만원에서 50만원까지 치솟아도 물량확보가 쉽지 않아, 헬륨을 사용하는 중소제조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들면 헬륨가스는 의료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영상의학진단장비인 MRI에 필수적이다. MRI는 자기장을 형성해 촬영하는데, 헬륨가스가 초전도 조건을 만들어 자기장을 형성한다. 따라서 MRI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헬륨 가스를 주기적으로 주입해 주어야 한다.

올해부터 MRI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MRI 진단수요가 대폭 늘 것으로 예상된다. 헬륨 가스 부족으로 MRI 가동이 중단되거나 운영시간이 단축된다면 'MRI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도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헬륨가스가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냉각제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상생정신으로 산업피해 최소화해야

이처럼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는 헬륨 부족현상은 수요기업 뿐만 아니라 원청기업에게도 2차적인 피해를 유발하게 되고, 결국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대규모 물량을 사용하는 대기업은 조금만 절약하고, 중소기업은 ‘아껴쓰고 나눠쓰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여 수급문제로 인한 어려움에 대기업·중소기업이 함께 동참하여 극복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질소·산소 등 산업용 고압가스의 공급부족으로 인하여 중소제조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중소기업중앙회와 고압가스 최대수요처인 삼성전자는 협의를 통해 대기업이 사용물량을 절약하고 나눠 중소제조업체의 숨통이 다소나마 트인 바 있다.

국내 전산업에 미치는 피해가 매우 큰 상황을 고려해 정부와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 산업용고압가스인 헬륨부족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 연합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