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준 법무법인 미담 변호사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란 전화 등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속인 후 돈을 받아 가로채는 사기 범죄를 말한다. 주로 '대출을 해준다', '불법금융거래에 연루되었다', '계좌정보를 알려 달라'는 등의 거짓말을 한 뒤 미리 준비한 대포통장에 돈을 이체 받아 인출한다.

이외에도 인출책을 보내 직접 돈을 건네받거나 개인금융정보를 알아낸 뒤 돈을 빼내기도 한다.

경제적 어려움 해결하지 못해 범죄까지 저질러

나는 변호사란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보다는 보이스피싱 가해자, 그 중에서도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건네받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중 가장 말단인 '수거책'인 자들을 주로 만나게 된다.

내가 만난 수거책은 2가지 정도 유형으로 구분된다. 먼저 중국동포(조선족) 청년이다. 중국동포 청년들은 국내로 들어올 때 보통 단기관광비자(C-3-8 비자)로 들어오게 된다. 이는 국내에서 취업을 할 수 없는 비자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가족 등의 도움이 없다면 생활고에 크게 시달리게 된다. 이는 고향친구 등 주변사람으로부터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기 쉬운 조건이 된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SNS 애플리케이션에 '#고수익알바'와 같은 단어를 검색하여 나온 게시글에 전화번호를 남겼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이용당해 수거책이 된 경우이다.

내가 만난 이들은 대체로 20세 내지 25세 정도밖에 되지 않은 사회초년생 중에서도 초년생에 속하는 이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스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해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현실로 내몰린 면이 없지 않다. 물론 정직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이 대다수이기에 이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이 젊은 나이에 범죄의 유혹에 빠져든 것이 이들의 잘못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구조의 잘못일까, 아니면 국가행정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내가 해답을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냥 안타까운 마음이 들뿐이다.

출산율이 낮아 앞으로 인구절벽 걱정을 하고, 청년일자리가 없어 걱정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청년 또는 우리나라에 정착하여 살고자 하는 중국동포 청년들이 어린 나이에 벌써 범죄자가 되어 여기 이 구치소에서 변호사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현재 우리 정부의 가장 큰 정책이슈가 청년일자리이고, 청년일자리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청년들은 이 나이에 구치소에서 두려움에 떨면서 변호사를 만나 자신의 범죄에 대해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정직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이 더 많지만, 이들 또한 우리나의 청년들 아니겠는가.

이들의 경우 대체로 범죄사실관계가 확연하게 드러나 있고, 본인들도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해 자백을 한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내가 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또한 이들은 애초에 돈이 없어 '고수익알바' 개념으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것이고, 실제 그들이 지급받은 범죄수당은 범죄피해금의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이들이 검거되더라도 범죄피해가 회복될 여지가 거의 없다.

다시 범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분위기 조성해야

법원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계획적이고 죄질을 매우 좋지 않다고 보아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체로 실형을 선고하는 편이다.

내가 만난 '수거책'은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배상신청인(피해자)에게 편취금 2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2년 뒤 이 청년이 다시 우리 사회에 나올 때, 이 청년이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이 청년을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한 사회가 되어 있기를 바라본다.

정형준 법무법인 미담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