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ancel

내일신문

공공도서관, 공부방 아냐 … 공동체 공간으로

파주시, 12곳에 일반열람실 설치 안 해 … 군포중앙도서관,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

등록 : 2019-02-11 11:08:36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에는 독서실이라 불리는 일반열람실이 있다. 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들은 공공도서관의 좌석을 맡기 위해 새벽부터 공공도서관을 찾기도 한다. 무료로 제공되는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칸막이가 있는 좌석에서 학습에 전념한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에서는 익숙한 풍경 중 하나다. 그런데 사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도서관이 개인의 학습을 위한 무료 공간을 제공해야 하느냐'는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공공도서관은 단순히 해당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해당 공간에 예산을 투자하고 학습자들의 민원을 처리한다. 공공도서관이 일반열람실에 공간과 사서들의 역량,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면 지역 주민들을 위한 책과 자료를 더 충실하게 갖추고 취·창업 등을 포함해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정보서비스를 보다 강화할 수 있다. 내일신문은 '공공도서관에 일반열람실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공공도서관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편집자주>

현장을 중심으로 공공도서관에 일반열람실을 설치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공공도서관이 개인 학습자를 위한 기능을 덜어내고 지역 주민에게 보다 양질의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며 독서문화·토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건립하는 공공도서관들 중에는 일반열람실을 설치하지 않거나 기존 일반열람실을 폐지하고 자료실을 강화한 곳들이 있다.

◆일반열람실, 우리나라에만 = 공공도서관에 일반열람실을 설치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2018년 논문 '도서관 직원 및 이용자의 일반열람실 인식도 분석'은 일반열람실에 대해 "문화선진국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한국적 특수성을 대변하는 공간"이라면서 "최근 국내 자치단체가 설립,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은 일반열람실을 제공하지 않거나 최소 공간만 허용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개관하는 도서관 중에서 50%가 넘는 도서관이 일반열람실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1월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 서울시공공도서관협의회 경기도사서협의회가 주관한 토론회 '공공도서관 정책의 진단과 개선 방안: 개인학습공간을 넘어 시민이 탄생하는 제3의 공간으로'(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한 오지은 광진정보도서관장에 따르면 2010년에서부터 2017년까지 개관한 서울시와 경기도의 공공도서관(어린이도서관 제외) 157개관 중 일반열람실을 운영하는 도서관은 86개관으로 공공도서관의 일반열람실 설치 비율은 54.8%에 이른다.

이용자들의 개인 학습을 위해 투자되는 예산도 상당하다. 공공도서관에서 일반열람실을 위해 투자되는 비용은 개별 공공도서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략 15% 내외다.

지난 7일 오전 광진정보도서관 일반열람실. 사진 이의종


예컨대 광진정보도서관의 경우 도서관동과 문화동 등 2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으며 문화동에는 총 296석의 일반열람실이 운영되고 있다. 296석에 이르는 일반열람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된다. 광진정보도서관이 일반열람실을 운영하는 데 소요되는 인건비, 운영비, 자산 감가상각비 등 예산은 연간 3억800만원으로 광진정보도서관 전체 예산의 14.5%에 해당한다.

또 문제는 개인 학습자들의 민원이다. 이용자들을 위해 최적의 환경을 갖추는 것도 사서들의 역할이겠지만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위해 역량을 투자해야 할 사서가 학습자들의 민원 처리를 하는 것은 결국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정보서비스 질의 저하로 나타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자체가 대체 공간 마련해야 = 최근엔 일반열람실을 설치하지 않는 공공도서관들이 호응을 얻는 추세다. 도서관 정책을 잘 펴는 것으로 알려진 파주시의 경우 16곳의 공공도서관 중 12곳의 공공도서관에 일반열람실을 설치하지 않았다.

군포중앙도서관은 2016년 일반열람실을 없애고 증축한 군포중앙도서관 모습. 자료실이 보다 쾌적하고 넓어졌다. 사진은 북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 군포중앙도서관 제공


군포중앙도서관의 경우 2016년 증축하면서 일반열람실을 폐지했다. 당시 일반열람실 폐지를 둘러싸고 행정소송이 벌어질 정도로 논란이 됐으나 이후 이용자들은 보다 다양화됐고 자료실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됐다. 이성희 군포시중앙도서관 팀장은 토론회에서 "자료실 중심의 도서관에서 사서들이 책을 만지고 일할 수 있는 역할이 강화됐다"면서 "개인공부를 하는 이들도 막혀있는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각종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공공도서관의 일반열람실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유휴 공간을 활용해 대체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개인학습공간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를 도서관과는 별도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공공도서관에 일반열람실을 설치하는 않는 것에 대해 대국민 캠페인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오 관장은 토론회에서 "커뮤니티에서 개인학습공간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국가 혹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효율적인 개인학습공간 정책이 이제는 마련돼야 한다"면서 "개인학습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이 공공도서관의 올바른 역할이 아닌 것을 적극 홍보하는 대국민 인식전환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인터뷰 | 권나현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도서관 본질은 '시민성' 강화…일반열람실 '사유화'는 문제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twitter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