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에 "북한군 개입 넣자"

지만원 추천·지지 의원 속출

지도부 "다양성"으로 눈감기

당 일각서 "윤리위 회부 필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이 민심의 거센 분노를 자아낸 가운데 그들의 망언은 1년여전부터 충분히 예고됐으며, 당 지도부는 이를 사실상 '방관'해왔다는 비판이다. '5·18 망언'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어수선한 자유한국당 회의장 | 12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문제의원들의 '5·18 망언'은 1년여전부터 충분히 예상됐다. 지난해 초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특별법' 논의 당시 한국당 이종명 의원 등은 진상을 규명할 대상으로 '북한군 개입 여부'를 넣자고 고집했다. 이 의원은 당시 공청회에서 "이번 진상조사에 북한군 개입 관련(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북한군 침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주장을 조작이라고 하고 있는데, 조사 전부터 이를 조작이라고 하는 것은 오해를 부른다"고 말했다. '북한군 개입설'은 과거 국회와 정부 등에 의한 6차례 조사에서 '거짓'으로 판명 났는데도, 이 의원은 이를 믿지 않은 것이다. 그가 5·18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음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당 지도부는 이 의원 등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특별법 논의를 지연시키면서 "5·18 진상규명 의지가 있냐"는 비판을 불렀다.

문제의원들은 지난해 9월 특별법 시행 이후 '5·18 망언' 징후를 더 강하게 풍겼다. 이 의원과 김진태 의원 등은 '북한군 개입'을 사실처럼 퍼트려온 극우인사 지만원씨를 '진상조사위원'으로 밀었다. 정우택 의원은 "지씨의 주장은 막무가내는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지씨는 '북한군 개입'을 주장했다가 기소되거나 배상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 인물이다.

문제의원들이 지씨를 추천하자, 당 지도부는 이를 강단있게 거절하고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한 채 오히려 몇달동안 끌려다니는 모습을 연출했다. 진상조사위원 추천권은 김성태 전 원내대표에서 나경원 현 원내대표로 넘어갔고 결국 지난달 지각추천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김성태 체제가 이 문제를 끝냈어야했다"며 원내지도부가 사실상 논란을 '방치'했음을 내비쳤다.

당시 박성중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5·18 북한 배후설을 믿는 의원이 많냐'는 질문에 "일부 동조하는 분도 있다"며 당내 '5·18 망언 후보군'이 적지않음을 내비쳤지만, 당 지도부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결국 문제의원들은 8일 국회 공청회에서 망언을 쏟아냈다. 여야 모두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작 당 지도부는 어정쩡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11일 "보수정당안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어떻게 역사에 대한 몰이해인 '5·18 망언'을 '다양성'으로 이해할 수 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당이 1년여동안 걸어온 모습을 보면 '5·18 망언'은 충분히 예고됐고, 문제의원들은 수차례 이를 암시했지만 당 지도부는 이를 나몰라라했다. 오히려 그들의 목소리에 끌려다니거나 방치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12일 "5·18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가 헌법과 국민을 우롱하는 범죄적 망언을 초래했다는 것을 한국당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뒤늦게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진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11일 다른 당의 '5·18 망언' 징계 요구에 대해 "다른 당은 우리 당 문제에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며 선을 그었지만, 당 일각에서는 12일 이들 의원들의 당 윤리위 회부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윤리위는 제명, 탈당권유, 당원권정지, 경고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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