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당 우경화 우려' 막판 전당대회 합류

심재철 정우택 안상수 등은 불출마선언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후보가 김진태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로 압축됐다. 전대일시를 놓고 '보이콧' 강수까지 두던 주자들 중 오 전 시장을 제외한 5명은 출마의사를 철회했다. 한국당은 파행은 면했지만 사실상 '반쪽 전대'를 치르게 됐다.

◆오, 당내 '배신자' 정서 걷어낼까 = 오 전 시장은 12일 오전 국회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확정 발표했다. '현재 당이 가고 있는 모습을 그냥 놔둘 수가 없어서'라는 이유다.
국회 들어서는 오세훈 전 시장 | 자유한국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27 전당대회 보이콧을 선언했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앞줄 오른쪽)이 12일 입장 발표를 위해 국회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이른바 '친박' 정체성을 강조하는 황 전 총리와 5.18 공청회 '막말' 물의를 일으킨 김 의원만으로 전대를 치를 경우 당의 급격한 우경화가 우려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각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후보등록일을 하루 앞두고 당 지도부·선관위와 대립 중이던 11일 나머지 '보이콧' 주자들을 다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홍준표 전 대표 등 일부 후보는 '대오 이탈'에 불편한 반응을 보였고, 심재철·정우택 등 다른 후보들은 오 전 시장을 돕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가 급격히 압축됨에 따라 오 전 시장이 '황교안 대세론'을 얼마나 견제할 수 있을지, 김 의원과는 어떤 대결을 펼칠지 관심이 모인다. 이른바 '비박' 후보가 오 전 시장 말고는 없는 상황에서 표 결집효과를 일정부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승패를 떠나 이번 경선에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내 일각에 남아 있는 '배신자' 정서를 걷어내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 전 총리는 오 전 시장 출마에 대해 "우리 당의 좋은 자원들이 함께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우리들의 비전을 말씀드리면서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굉장히 좋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 세 후보는 12일 대리인을 통해 후보등록을 완료하고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다.

◆보이콧 5인방 줄사퇴 = 오 전 시장을 제외한 주자들은 12일 오전 잇따라 불출마선언문을 내놨다.

심 의원은 "새로 선출될 당대표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당을 개혁하고 공정 공천으로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더 이상 대표경선에 연연하는 것은 당의 대표선출에 누를 끼칠 수 있고, 당원과 국민들의 성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돼 대표경선의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이날 출판기념회가 예정된 안 의원도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당 화합과 보수통합, 그리고 총선승리를 위해 매진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주호영 의원은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고 지역 지지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도 11일 오후 "이번 전당대회는 모든 후보자가 정정당당하게 상호 검증을 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여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했다.

전대 보이콧 갈등이 대승적 타협 없이 '줄사퇴'로 매듭지어지면서 한국당은 후보가 8명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상처뿐인 '반쪽 전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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