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정책관

2018년 우리경제에 빅뉴스가 많았지만 자동차업계는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한국GM은 지난해 2월 군산공장 폐업 논란으로 혼란을 겪은 이후 최근에야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또 완성차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자동차 부품산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가하면, 먼 미래로 생각했던 수소차 빅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해이기도 했다.

국민경제에 있어 우리 자동차산업 위상은 확고하다. 제조업 고용 1위(약 40만명) ‘일자리 산업‘이며, 생산 1위(약 200조원) ’주력산업‘이다. 3만여개 부품을 제작하는 1000여개의 1차 협력 중소·중견 부품기업들, 8000여개의 2·3차 협력기업들이 전국에 걸쳐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등 지역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자 조선 기계 등 여타 산업과 부품·소재 협력업체들을 공유하고 있어 다른 제조업의 생산기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마련

이렇듯 우리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자동차산업이, 최근 만만치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세계 자동차시장의 성장도 1% 내외로 둔화될 것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CASE(Connectivity, Autonomous, Shared service, Electricity) 혁명으로 대변되는 큰 변혁기를 함께 경험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인 미래차로 눈을 돌리고 있고, 전자·정보통신 기업들이 자동차산업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자동차 부품산업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전국을 돌며 자동차 부품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글로벌 업체와 부품공급 계약을 했지만 설비투자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업체, 일감이 줄어 기술개발은 엄두도 못 낸다는 사장님, 미래차로 가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는 젊은 CEO, 수십년 부품기업을 끌고 왔지만 요즘처럼 앞이 안 보이는 경우는 없었다는 분들도 있었다.

이러한 자동차시장의 변화 앞에서 정부도 업계와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예정이다. 첫째, 자동차산업의 생태계 경쟁력을 유지·강화할 계획이다. 2018년 말 정부는 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마련했다. 후속조치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대책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올 1월부터 전국 주요 산업단지를 순회하며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마련 중이다.

둘째, 미래차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올 초 수립한 수소경제 로드맵이 착실히 이행되기 위해서는 수소충전소를 체계적으로 구축해나가고, 업계·지자체와도 긴밀히 협업해야 한다. 전기버스의 대중교통 확산에 속도를 내고, 업계와 함께 스마트카 산업 육성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셋째, 자동차산업의 여건도 개선해나가야 한다. 올초 산업부 역사상 처음으로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을 열어, 노동계·업계·정부가 한자리에 앉았다.

모든 참여주체가 산업경쟁력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대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총력 대응하는 한편 신남방·신북방 교역 등을 통해 기업들의 수출활로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여건이 쉽지 않지만 올해 국내생산 400만대 이상을 유지하기 위한 준비상황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2018년 친환경차 생산과 수출이 전년 대비 각각 16%, 10% 확대되는 등 고부가가치 자동차에 대한 역량이 올라가고 있으며, SUV 등 신차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미래차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를 출품한 이후 반세기 동안 우리 완성차의 브랜드와 자체 개발능력도 글로벌 수준에 올라섰다. 수십년 간 다져온 자동차 산업의 기반이 한바탕 비를 맞고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올해 우리 손으로 만든 강력한 라인업들이 세계 도로를 질주하기를, 그리고 우리 업계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정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