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예외', '유명무실 규정' 해소

"상임위 배정 배척기준 강화" 의견

중립적 이해충돌 판정기구 신설도

국회의장 자문위원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논의과정에서 빠진 '이해충돌 방지'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조만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보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임위 배척기준을 강화하고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별도기구의 필요성도 제기할 예정이다.

14일 국회의장 직속 혁신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국회의원 이해충동 방지 관련 입법 과제'를 논의, 확정했다.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논란이 확대되고 입법 제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의장 자문위의 의견이 더해지면 입법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관련 기자간담회하는 채이배 |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국회의 허술한 이해충돌방지 대책 =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현행 규정은 '날 없는 칼'에 지나지 않다. 국회법 29조는 '의원은 그 직무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의원 본인 소유의 토지 건물 등의 재산을 활용한 임대업 등 영리업무를 하는 경우로서 의원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한다'는 예외조항을 뒀다. 48조의 상임위 제척기준으로는 '공정을 기할 수 있는 뚜렷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제시했다. 공무원윤리법 2조의 '이해충돌 방지의무'는 처벌규정이 없는 선언에 지나지 않다.

자문위는 의원들의 영리행위나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의 문제도 따졌다. 영리행위 여부를 판정할 때 윤리심사자문위 의견은 국회의장 결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자문위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구는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로 읽힌다.

상임위 제척사유 판단도 국회의장과 원내대표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이해충돌 규정의 미비점으로 자녀 채용 압력(김성태 의원), 소유 부동산과 연관된 도시재생사업과 문화재 지정 촉구(손혜원 의원), 자신과 친척이 보유한 건물 앞 역사 개발사업 추진(송언석 의원), 일가족이 운영하는 사학재단 지원요구(장제원 의원), 자녀 국회 프리패스 지급(박순자 의원) 등의 이해충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수조사' 여부가 여야의 협상대상이 될 정도로 이해충돌문제가 국회의원 내부에 넓게 퍼져 있다고 할 수 있다.

◆2011~2015년 무슨일이 = 국회는 과거 논의과정에서 왜 이해충돌 방지대책을 뺐을까. 박근혜정부 들어 김영주, 이상민, 김기식 의원이 부정청탁금지와 이해충돌방지 방안을 담은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2013년 8월엔 정부에서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내놓은 이해충돌방지 내용엔 △공무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금지 △고위공직자의 사적이해관계 직무의 수행금지 △공직자의 직무 관련 외부활동 금지 △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제한 △소속 공공기관 등에 가족 채용 제한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등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2015년 국회 정무위에서는 이해충돌방지 관련 내용을 뺀 나머지만 담아 통과시켰다.

◆이해충돌 전수조사가 협상대상이 되는 이유 = 이해충돌방지를 뺀 것을 두고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발목을 잡는 불편한 법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같은 의심은 통과된 '김영란법'에 부정청탁 금지유형의 예외조항(5조)으로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 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기준의 제정 개정 폐지 또는 정책사업 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해 제안 건의하는 행위'를 명시한 데서 시작했다. 정부가 애초 제안한 예외조항인 '공익적 목적으로 공직자에게 법령 등의 제정 개정 폐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에서 크게 확대된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심의하면서 자신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놨다는 평가다.

국회의장 자문위 관계자는 "19대 국회 심의과정에서 빠진 공직자 일반 대상 이해충돌방지 관련 내용이 다시 반영돼야 한다"면서 "상임위 제척기준을 높이는 법안 역시 국회법 개정을 통해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해충돌 여부 판정과 상임위 배정 회피를 위한 권고안 제출,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립적이고 권한을 갖는 별도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 기구는 또 영국 하원의 윤리감독원처럼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른 변동사항 정보공개 및 관리업무를 포괄한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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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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