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념공원 개별안장

아들 딸 등 유가족 방한

"또 다시 한국에 전쟁이 발생한다면 기꺼이 와서 한국을 지킬 것이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고, 조국이다" 6.25전쟁에 참전한 영국 유엔참전용사로 한국과 영국에서 최고 무공훈장을 받은 전쟁영웅 고 윌리엄 스피크먼씨(William Speakman, 91세)가 2015년 참전을 제외한 세 번째 방한 당시 했던 발언내용이다.

지난해 6월 사망한 고 스피크먼의 유해가 이번에 대한민국에 안장된다. 국가보훈처(처장 피우진)는 "6.25전쟁 유엔참전용사인 고 윌리엄 스피크먼 유해봉환식과 안장식을 오는 18일과 19일 인천국제공항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각각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3일 고인의 부산 유엔기념공원 안장과 관련해 "안장식 준비와 유가족 체류 일정에 소홀함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라고 국가보훈처에 주문한 바 있다.

스피크먼씨 유해는 18일 오후 4시 5분 경 아들, 딸 등 유족 4명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5시에 유해봉환식을 진행한다. 유해 봉환식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국가보훈처장 주관으로 주한영국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관계자와 스피크먼씨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부 의장대가 함께 한다. 유가족이 참석하는 별도의 기자회견도 마련된다.

유해봉환식 후엔 서울현충원 봉안당에 임시 안치된 후 19일 오후 2시 유엔참전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안장식에는 스피크먼씨 유족과 국가보훈처, 주한영국대사관 관계자, 유엔사 관계자, 참전용사 등 60여명이 참석한다.

국가보훈처는 "이번 유해봉환식과 안장식은 사망 후 자신이 싸워 지켜낸 한국 땅에 묻히고 싶어 한 고인의 뜻을 받들어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엔참전용사의 부산 유엔기념공원 사후 개별안장은 스피크먼씨가 7번째다. 2015년 5월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씨 안장식이 처음 개최된 후 영국 참전용사 로버트 맥카터씨(2015년 11월), 미국 참전용사 버나드 제임스 델라헌티씨(2016년 2월), 네덜란드 참전용사 니콜라스 프란스 웨셀씨(2016년 5월), 프랑스 참전용사 앙드레 벨라발씨(2016년 10월), 네덜란드 참전용사 요한 테오도르 알데베렐트씨(2017년 9월) 총 6번이 진행됐다.

6.25전쟁 당시 근위 스코틀랜드 수비대 1연대 소속으로 참전한 스피크먼씨는 1951년 11월 4일 새벽 4시 임진강 지역의 마량산전투(317고지)에서 적의 강력한 공격으로 많은 병사들이 부상을 입는 등 육탄전이 계속되자 6명의 병사들을 소집했다. 스피크먼씨와 병사들은 적진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며 공격을 감행했고 이 과정에서 스피크먼씨도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대원들이 모두 철수할 때까지 4시간이 넘게 공격을 지속함으로써 많은 전우들이 후방으로 안전하게 후퇴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스피크먼씨는 이날 부상으로 1952년 1월 영국으로 귀국했다. 뛰어난 리더십과 용맹함, 희생정신을 인정받아 1952년 2월 27일 버킹엄 궁전에서 영연방 최고 무공훈장(Victoria Cross, 빅토리아십자훈장)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그런데 스피크먼씨는 한국을 떠난 지 3개월 만인 1952년 4월 6.25전쟁 재참전을 희망하면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그해 8월까지 전투를 계속했다.

그는 당시 재참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당시 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영국 육군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에 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한국과 한국인들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결국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6.25전쟁이 끝난 후에도 스피크먼씨는 세 차례(2010년 4월, 2015년 4월과 7월) 한국을 방문했고, 2015년 4월 방한 당시 그가 받은 십자훈장과 기념메달 등 총 10점을 한국정부에 기증하기도 했다. 2015년 7월에는 7.27 정전협정의 날을 기념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최고 무공훈장(태극)을 수여받기 위해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유엔참전용사가 부산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희망할 경우 정부 차원의 의전과 예우를 다할 예정"이라면서 "참전국과의 우정은 물론 참전용사 후손들과의 유대관계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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