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테 베르네르 지음 / 맹슬기 옮김 / 솔다드 브라비 그림 / 한빛비즈 / 1만4000원

성차별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까마득한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는 역사책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데 일단 점수를 주게 된다. 깜찍한 만화 그림과 재치 있고 짤막한 글 덕분에 책장도 속도감 있게 넘어간다. 어쩌면 이리도 쉽게 읽힐까 싶을 정도인데 이 책을 쓰게 된 저자의 동기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불평등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그 기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수세기 동안 계속된,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성차별이 생겨난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차별에 관해 올바른 지식을 갖게 되면,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권리를 찾으려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 때문이었죠.”

저자는 아마 간절했던 것 같다. 일상적으로 성차별을 느끼며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싸우느라 하루하루 지쳐가다 보니 도대체 이런 일이 언제부터, 왜, 어떻게 지속되었나를 알고 싶어졌던 게 아닐까. 스스로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간절함을 담아 이 책을 써나가지 않았을까.

책에 따르면 성차별의 시작은 무지였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뤄져야 수정란이 만들어진다는 게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19세기 들어서다. 그 전까지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남자의 정액만이 종족번식과 관련해 유의미하다고 여겨졌고, 이에 따라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만들어졌다.

여성들의 고난은 이어졌다. 여성에 대한 소유권이 아버지에게서 남편으로 이전되고, 교육을 받을 수 없고 투표권도 없었던 때를 지나왔다. 여성권리를 주장하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프랑스 여성 올랭프 드 구즈, 자유로운 남녀관계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한 베긴 수녀들도 있었다. 그러나 권리를 찾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도 멈추지 않았다. 말발굽 아래 몸을 던져 참정권을 얻어낸 영국의 서프러제트, 스스로 상처를 드러내며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에 이르기까지 현재진행형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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