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 춘제 매출증가율 10%에도 못 미쳐

미·중 무역전쟁 여파 본격화, 소비패턴 변화도

미국 소매판매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감소해

소비, 미 경제 70% 차지⋯경기후퇴 조짐 유력

올해 중국 춘제 기간(2월 4~10일) 소매·요식업 매출액이 사상 최초로 1조위안을 넘었지만 소비증가율은 2005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수를 기록하며 중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한해 경기 전망을 판단할 수 있는 춘제 소비증가율이 내려앉으면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가시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춘제 기간 중 소매·요식업체 매출은 1조50억위안(약 166조990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5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춘제 소비증가율은 2011년 19.0%로 최고점을 찍은 후 올해 처음으로 10%를 넘지 못했다.

중국 메신저 플랫폼인 웨이신(위챗)을 통해 주고받은 '세뱃돈'의 액수나 거래량도 전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에서는 이같은 춘제 소비동향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소매업의 불황이 일정 정도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4일 중국 일간지 '21세기경제보도'는 '왜 사람들은 돈 쓰는 것을 원치 않는가'라는 제목의 상하이금융·법률연구원인 녜르밍과 가오리민 두 연구원의 칼럼을 통해 '임금 증가율 둔화'와 '소비패턴 변화'가 사람들의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글에 따르면 2015년부터 노동자 임금 증가속도가 느려졌는데 특히 민영기업과 농민공들의 경우 더 열악했다. 2016년과 2017년 농민공의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각각 6.6%와 6.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이 늘면서 소비 경향이 달라진 점은 두번째 이유다. 2004년 이후 중국 경제성장에 따라 소비가 폭발하면서 소매제품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최근에는 미국을 넘어섰을 정도다. 하지만 엥겔지수(총소득 대비 식료품 지출 비율)가 내려가고 소비 스타일이 바뀌면서 가계 소비 중에서 고품질형 소비의 비중이 높아졌다.

상하이금융·법률연구원이 낸 '신임대경제보고서 2019'에 따르면 품질형 소비 지출의 비중은 1985년 13%에서 2016년 37%로 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상승세도 2018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2018년 소비품소매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9%에 불과했는데 이 수치는 1999년 이후 최저치이며 2004년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수에 머문 것이다. 소득증가율의 정체와 불확실한 경기전망이 중국 소비자의 현실소비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최대 쇼핑 대목으로 꼽히는 연말 소매실적이 예상 밖 감소세를 보였다.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9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후퇴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2% 감소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0.1~0.2% 증가를 예상한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월 이후로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대부분의 소매 부문 판매 실적이 부진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1.8% 줄었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로 최대 감소 폭이다.

경제매체 CNBC 방송은 "이번 소매판매 실적은 소폭 증가를 예상했던 경제전문가들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전했다. 당장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 지표에도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 대도시 인구억제 정책 결과로 대도시 소비↓ 중소도시 소비 ↑" 로 이어짐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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