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지사 판결문 분석 "형사재판 대원칙 무시"

"허위진술 증인의 다른 진술 인정한 희귀 사례"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댓글조작을 공모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 재판은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무시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차정인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일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김경수 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수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에 대해 "김동원(드루킹) 등의 진술 중 허위나 과장으로 밝혀진 것을 애써 과소평가하면서 피고인 측에 '무죄의 증명을 해보라'는 식이어서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망각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경수 도정복귀! | 16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열린 '김경수 도지사 도정복귀 촉구대회'에서 참석자가 '도정복귀'가 적힌 종이를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차 교수에 따르면 형사재판에서 사실로 인정되려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이 이뤄져야하고 그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검사가 공소사실에 대해 제기되는 합리적 의심을 해소하지 못하면 검사가 패소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정신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김 지사의 공모를 인정한 근거가 된 김동원 진술의 상당부분이 신빙성이 없다고 보면서도 일부를 인정해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했다고 봤다.

차 교수는 특히 1심 판결문 중 '김동원 등의 진술 중에 피고인(김경수)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등 허위라고 의심할 만한 진술이 보인다'고 한 점을 들며 "김동원의 진술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목적과 의도가 있는 진술이며 음해"라고 지적했다. 실제 수사과정에서 김동원 등 증인들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보고 100만원을 주었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진술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자 거짓말로 지어낸 것이라 실토한 바 있다.

차 교수는 "(1심 판결은) 음해성 허위진술이 확인됐는데도 다른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허위진술을 한 증인의 다른 진술부분의 신빙성을 이토록 관대하게 인정하는 판결은 본 적 없으며 희귀한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인 등의 다른 진술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경우 검사에게 '다른 객관적 증거' 제출을 요구하고 검사가 제출하지 못하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증거재판주의와 검사 입증책임의 원칙"이라며 "1심 판결문처럼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를 피고인측이 제출해야 한다면 검사의 입증책임 원칙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 교수는 "(김 지사가 댓글조작 지시, 승인했다는) 객관적 증거란 피고인의 지시, 승인의 말이나 동작을 증명하는, 경공모 회원이 아닌 제 3자의 증언, 동영상, 녹음파일 등"이라며 그러나 "검사는 이러한 객관적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김 지사가 경공모 회원인 도두형을 오사카 총영사에 추전한 것이 대가에 해당한다고 본 1심 판결에 대해서도 "김 지사는 정부에 추천했을 뿐 그 이상 무리해 임명되도록 하지 않았다"며 "이는 김 지사가 경공모가 민주당을 지지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경공모와 함께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으로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는 김 지사 1심 판결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우선 판결에서 인용한 물적증거인 △로그기록 △킹그랩 프로토타입 재연동영상 △댓글 작업 기사목록 △온라인 정보보고 등은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범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로그기록의 경우 판결에 의하더라도 킹크랩을 사용한 증거로 인정되고 있을 뿐 김 지사의 범행에 대한 직접증거로 볼 수는 없다는 것. 그럼에도 재판부는 김동원 등의 진술로 김 지사의 공모를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킹크랩 프로토타입 재연동영상도 킹크랩을 시연한 2016년 11월 9일 로그기록과 달라 직접 증거가 될 수 없고, 댓글기사 목록 역시 김동원이 김 지사에게 일방적으로 보낸 것으로 킹크랩으로 작업한 목록이라는 직접적 물증이 되지 못한다고 봤다.

재판부가 물적증거로 삼은 온라인 정보보고 역시 증거가 되려면 정보보고가 그대로 피고인에게 전달돼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승인했다는 사정이 추가로 입증되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같은 물적증거만으론 공소사실을 직접 인정할 수 없어 판결도 김동원 등의 진술을 통해 유죄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그러나 김동원 등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거나 판결에 의해 일부 진술의 신빙성이 탄핵된 바 있어 그대로 신뢰할 수 없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동원 등이 피고인을 공범으로 만들기 위해 허위 진술을 치밀하게 맞춰왔다는 점이 확인됐는데도 직접적인 물증 없이 김동원 등의 진술을 통해 유죄가 인정됐다"며 "상식에 반하는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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