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작곡가 교가 교체 바람

서울시교육청 전수조사 '외면'

전국 학교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친일 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교체하는 등 '친일 잔재 청산 운동'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미 광주광역시 일부 학교가 교가를 바꾸고 있고, 충북과 경남교육청 등이 친일 잔재를 파악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뽑히는 일본 향나무│3·1 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앞둔 지난 16일 경남도교육청이 정문 현관에 있던 일본 가이즈카 향나무를 뽑고 있다. 도교육청은 다음날인 17일 그 자리에 우리나라 고유종인 소나무를 심었다. 사진 경남교육청 제공


하지만 아쉽게도 서울시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요청에도 불구하고 '친일 잔재 전수조사'를 미루고 있다.(내일신문 2월 13일자 참조)

광주 대동고등학교가 19일 개교 50주년을 앞두고 친일 잔재 교가를 바꾸기로 했다. 친일 잔재 교가 교체는 광주일고와 광덕 중·고에 이어 세 번째다.

대동고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을 맞아 학교 구성원 뜻을 모아 친일 잔재인 교가를 교체하기로 했다. 이 학교 교가는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는 김 모 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져 교체 요구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18일 건물 중앙 현관에 있는 일본 향나무를 뽑고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소나무를 심었다. 뽑은 가이스카 향나무는 숲 유치원 조성 예정지인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 주변으로 옮겨 심었다. 경남교육청은 3월에 전수조사를 통해 친일 잔재 교가와 교목 등을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경남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향나무 교체에 이어 학교 전수조사를 통해 친일 잔재를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교육청도 다음 달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도 친일잔재 청산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친일 음악가가 작곡 작사한 교가를 학생들이 합창하고 있다'며 △친일 음악가 작사 작곡 교가 폐기 △교내 친일파 동상 철거 △친일파 이름 딴 기념관 이름 변경 등을 서울시교육청에 제안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전교조 서울지부 제안을 외면하고 있다.

김흥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자체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10여 개 이상 학교가 친일 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부르고 있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이 왜 외면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얘기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오는 27일 일선 학교 친일 잔재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교조 충남지부와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도 최근 성명을 통해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이 만든 교가를 충남 도내 학교가 상당수 사용하고 있다"며 "충남도교육청은 친일 잔재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하루빨리 실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 단체는 교육단체 등이 참여하는 가칭 역사교육위원회 구성을 충남교육청에 제안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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