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1205개 기관 조사 146건 징계·문책

공공기관 임직원 친인척 채용인원 의무 공개

'채용 특혜 제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도 추진

강원대병원은 지난해 10월 신규직원을 채용하면서 필기시험 성적을 잘못 산정해 합격해야 할 2명이 불합격되고 불합격돼야 할 2명이 합격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017년 5월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는 용역업체 관리를 총괄하는 소장이 자신이 관리하는 용역업체에 동생과 지인을 채용토록 청탁했고, 이렇게 채용된 이들은 이듬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부합동 공공기관 채용실태 조사에서 드러난 비리들이다.

지방공공기관에서도 비슷한 비리들이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전남테크노파크에서는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에서 2위였던 임원 자녀에게 면접에서 부당하게 높은 점수를 줘 합격시키는 일이 있었다. 양평공사에서는 2016년 2월 특정인을 기간제로 채용한 뒤 무기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특혜가 이뤄졌다.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동안 전체 공공기관 채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기관 1205곳 중 910곳(75.5%)에서 채용비리 등 채용과정의 문제가 드러났다. 특히 정부는 채용비리 182건을 적발해 비리혐의가 짙은 36건을 수사의뢰 하고, 채용과정에서 중대하거나 반복된 과실·착오가 있는 146건은 해당 기관에 징계·문책을 요구했다.

채용비리를 유형별로 보면 신규채용 비리가 158건, 정규직 전환 비리가 24건이다. 특히 채용비리 중 16건은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이 드러나 모두 수사의뢰됐다.

정부는 이 밖에도 채용규정이 불명확하거나, 실수로 규정을 잘못 적용하는 등 채용업무 부주의 사항 2452건을 찾아내 바로잡도록 했다.

채용비리에 연루돼 수사의뢰나 징계대상에 포함된 현직 임직원은 모두 288명이다. 이 가운데 임원 7명은 즉시 직무정지하거나 신분상 조치했다. 직원 281명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향후 검찰기소 시 관련절차에 따라 퇴출한다. 부정합격자가 검찰에 기소될 경우 채용비리 연루자와 동일하게 퇴출된다.

잠정적으로 13명이 부정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기소되지 않더라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 퇴출할 예정이다. 반대로 채용비리 피해자는 최대한 구제한다. 피해자가 특정되면 채용비리가 발생한 다음 시험단계에 재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관행처럼 이루어진 채용비리가 이번 조사결과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공정채용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이번 정부 임기 내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모두 1205개 기관(공공기관 333개, 지방공공기관 634개, 기타공직유관단체 238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기관들의 신규채용과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는지를 중점 점검했다.

한편 정부는 뿌리깊은 채용비리 관행을 근절하고 공정한 채용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공공기관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인원을 매년 기관 홈페이지 등에 의무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공직자에 의한 가족채용 특혜 제공을 제한하는 내용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한 뒤 이런 내용의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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