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동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장

2018년 한 해 동안 477만 명의 국민에게 20조 7500억원의 국민연금이 지급되었다. 올해는 22조 원의 연금이 지급될 예정이며 10년 후에는 크게 늘어나 연간 73조원이 국민연금으로 지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인별 연금은 대부분 소비로 지출되므로 분명 우리나라 내수시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특히 100만원 이상 비교적 고액 연금수급자도 현재 20만명을 넘어서고 있어 앞으로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지난 설을 앞두고 노인복지관 떡국 나눔 행사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제도 초기부터 가입한 국민연금을 한 달에 80만원 정도 받고 계신데, 자식들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로지 연금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작은 주택에 혼자 사는데다 인근 경로당이나 복지관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재래시장도 가까워 비교적 적은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하신다. 또한 매월 연금이 들어오면 친구들을 불러 시장 음식을 대접하며 일상의 작은 행복을 나누기도 하신다고 하셨다.

국민연금의 사회적·경제적 가치 제대로 이해해야

이 할머니의 연금 덕분에 자식들은 부모봉양비가 줄어들었고 시장 물건은 조금 더 팔렸을 것이며 친구들과의 관계는 더 돈독해 져 나름 품위 있는 삶과 공동체의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백만원은 아니지만 월 80만 원의 연금으로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32년째다. 그 간 가입기간이 짧아 용돈연금이라는 불명예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20년 이상 납부한 사람들의 평균 연금액은 91만원을 넘는다. 이 정도 연금액은 미국과 캐나다의 연금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경제규모나 소득수준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그들이 용돈연금 수준이다. 우리 국민연금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하는 사례들이다.

지난해 연말 보건복지부는 제4차 재정계산 결과를 근거로 해서 국민연금 종합발전계획안을 발표하였다. 현행제도를 유지하는 안과 세 가지의 개편안을 담고 있다.

세 가지 개편안의 궁극적 목표는 노후소득을 월 100만원 안팎 수준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기초연금을 강화하든 아님 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 수준을 장기간에 걸쳐 올려서 공적연금으로 기본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국민연금 개혁 사례를 보면 길게는 10년 이상 논의를 거쳐 다수의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안을 만들고 신·구세대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연착륙을 도모하는 등 연금으로 불거질 수 있는 갈등관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갈등관리 시스템 속에서도 화염병이 난무하고 정권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것이 연금제도를 둘러싼 민주국가의 현실이다. 어떤 사람이든 본인의 삶에 직접적인 연금제도에는 민감한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도 주사위가 던져졌다. 기금이 소진될 예상 시점까지 40년이라는 시간이 있다고 하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 절대 아니다. 기금이 소진되어 연금지급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후세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제도로 가꿔야 한다.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제도는 물론이거니와 정부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제도로 만들어야

연금제도의 목적에 맞게 현세대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것 그리고 후세대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우리가 찾아야 할 교집합이다. 어려운 것도 중지를 모으면 쉬운 일이 되고, 무거운 것도 여럿이 들면 가벼우며, 타협점이 없으면 상호 작은 양보를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고, 엉킨 실타래도 작은 실마리 하나부터 풀어야 하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국민이 주인인 연금다운 연금 그리고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이해를 넓혀가는 것이다.

송호동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