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안하니 전북도가 희생 감수하며 챙기게 된 것"

새만금공항 건립은 전북의 산업 생태계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송하진 지사는 "공항과 미래형 상용차 산업이 전북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북도 제공

1998년 전북 김제공항 건설사업이 본격화된지 꼭 30년만이다.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대상에 새만금공항을 포함하면서 사실상 국제공항 건설이 확정됐다. 역점사업으로 새만금공항을 추진해온 전북도로선 큰 산을 넘은 셈이다. 준비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곡절도 많다. '지방공항 대부분이 적자인데 또 공항이냐'는 소리를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정부나 전북도가 지적을 모를 리 없다. 송하진(사진) 전북도지사에게 세간의 우려와 전북도의 계획을 물었다.

■정부 공식 발표 전에 새만금신공항이 예타면제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은 미리 들었지요?

아니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고, 이낙연 총리도 긍정적으로 말해서 기대는 있었지만 확신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정부 발표를 앞두고 방해에 가까운 주장이 커지면서 '틀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이 컸습니다. 대통령과 정부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안되는 일이 있잖습니까. 오죽하면 예타면제 확정되고 '50년 숙원을 풀었다'고 했겠습니까? (1968년 전북 전주시 송천동의 전주비행장에서 서울~전주~제주를 오가는 경비행기가 운항했다.)

■'지방공항이 온통 적자인데 또 공항이냐' 지적합니다. 나라 전체를 볼 때 새만금공항이 꼭 필요하느냐는 것인데

우선 새만금은 전북 지역사업이 아니라 국책사업입니다. 정부가 챙겨야 하는데 제대로 안 챙기니까 전북도가 나서는 겁니다. 다른 현안을 희생하면서 끌고 온 것입니다. 전북은 새만금 예산 1원도 집행할 권한이 없어요. 땅 한 평 마음대로 못합니다. 정부가 동북아 허브를 만들겠다면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광대한 지역을 개발해 경제 전진기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공항을 포함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걱정하는 분들에게 꼭 새만금에 와서 직접 확인해보시라고 권합니다. 공항이 왜 필요한지 느낄 겁니다.

새만금공항 건립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실제 건립까지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전북도는 오는 2023년 새만금 일원에서 세계 스카우트 대원 5만여명이 참가하는 세계 잼버리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북도 제공


■국책사업이라고 하지만 동북아 허브 구상 자체가 공항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새만금을 겁내고 있다고 봐요. 상당수 산단이나 공항 등이 기존 수요의 한계를 보이고 있지만 새만금은 폭발력을 갖고 있거든요. 기존 공항 기능이 약화될 수 있겠죠. 문재인정부 들어와 새만금개발 속도가 빨리지고 있어요. 지난해 10월에 문 대통령이 새만금 '재생에너지 메카' 구상을 내놓았는데 3개월만에 10개 기업과 입주 협약을 맺었습니다. 동서남북 도로에 항만, 철도에 이어 공항까지 갖춰지면 새만금에 대한 관심도와 투자의지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전주혁신도시에 국민연금공단이 오니까 '제3금융중심지 계획'이 서잖아요. 경제 주체들이 먼저 움직일 겁니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이 움직임에 타이밍을 맞추느냐가 관건이 되겠죠.

■예타 면제를 받았다고 해도 실제 건설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리잖습니까. 얼마나 지나야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을까요?

사실 많이 늦었지요. 위치나 규모 등은 사실상 설정됐다고 봐야죠(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라 현 군산공항 서쪽 새만금 내에 활주로 부지 6㎢가 마련돼 있다.) 기본계획에 들어가서 내년 예산 세우고 설계해서 실제 착공에서 정식 개장까지는 8~9년 잡아야겠죠. 기존 프로세스라면 새만금 국제잼버리대회가 열리는 2023년에는 시운전도 쉽지 않을 겁니다. 정부가 적극적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기간이 앞당겨지겠지만. 적어도 잼버리대회가 열리는 2023년까지 활주로를 만들어서 전세기가 내려앉는 정도까지는 진척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계 169개국 스카우트 대원 5만여명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 새만금을 알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잖습니까.

정부의 예타면제 대상 사업에 새만금신공항이 공항시설로 유일하게 포함된 것과 관련해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동북아 허브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적 조치"라며 "균형발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북도 제공

■전북권 인사들은 '공항없는 설움'을 토로했는데, 새만금공항은 전북의 산업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외국에 설명회 하러 가면 꼭 묻는 것이 '공항에서 얼마나 걸리느냐'인데 '인천공항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고 쭈뼛쭈뼛하게 됩니다. 투자자들이 새만금 지도를 가르키며 '이렇게 넓은 땅에 공항이 없냐'고 되묻고 '곧 하게된다'고 하면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한다'고 걱정을 합니다. 늦었지만 정부가 새만금의 막힌 숨통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공항과 함께 '상용차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 사업'이 예타면제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전북이 대한민국 상용차의 94%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새만금·군산지역이 전기·수소·자율주행 등 미래형 상용차의 중심지가 될 기반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메카가 구축되면 새만금을 축으로 전북의 미래형 산업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죠. 섬유 제지 등 부가가치가 낮은 전통산업 위주에서 혁신성장의 중심도시로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전북 동부권에도 공항·도로 연결의 긍정적 효과가 미치겠죠. 산림치유권·관광레저 등의 연관산업 육성 기회가 열릴 겁니다.

■군산지역 은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지엠자동차 공장의 잇단 폐쇄 충격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와 유사한 모델을 군산에서도 만들어지길 기대하는데

정부는 광주형일자리 모델을 각 지역에 맞게 적용하는 지역주도형 일자리 확대에 적극적이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은 전북 군산 등을 언급하며 "올해 상반기 안에 1~2곳 정도 지역에서 지역형일자리 모델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군산뿐 아니라 전북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북·군산형 일자리'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조선소는 재가동이 답인데 당장은 물량 수주와 직결돼 있으니 우선 선박의 부품격인 블록을 배정해 줄 것을 요구했고 상당히 접근해 가고 있습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과 관련해서는 대기업이나 작은 기업간 협업을 통해 법인을 만드는 두가지 길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광주형 일자리도 그랬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각계에서 이해하고 참여해주면 문제를 같이 풀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은 지난 8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상반기에 최소한도 한두 군데는 급물살을 탈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수석은 이날 군산 등을 예로 들면서 자치단체가 적극적인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책사업 추진 방식도 정권 따라 다르지요? 문재인정부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특정사업을 톱에서 결정해 놓고 연관사업에 집중합니다. 성격이 다른 사업은 배제되거나 밀리는 거죠. 이번 정부는 정반대입니다. 자치단체가 기획해서 정부를 설득하는 방식입니다.

지자체 노력이 포인트입니다. 자기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득해야 하는 책임과 기회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매주 자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1부터 10까지 세세하게 설명·동의를 얻는 작업이라 1년 내내 뛰어다녀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정부가 전략적인 지침을 정해놓고 지자체와 사전협의를 진행하면 어떨까 생각도 해봅니다. 본질적으로는 자율이 맞겠지만요.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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