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대상 선정 기준, 금융사 의견 반영

제재과정에서 다툼 크면 충분히 논의

금융감독원이 종합검사 대상이 될 금융회사의 선정기준을 공개하고 금융회사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종합검사 부활을 선언한 이후 '보복성 검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최대한 신중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금융 발행어음 불법대출혐의 사건의 제재도 결론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쟁점이 치열한 사건의 경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회사 종합검사를 앞두고 금융위원회는 금융사 선정기준에 투명성과 공정성 보 완을 요구했고 두 기관이 협의를 거쳐 20일 금융회사 종합검사 계획안을 마련했다. 사진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20일 오후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2019년 금감원 종합검사계획안'을 보고받고 검사계획을 진행하기로 했다. 15일 열린 안건 소위원회에서 논의된 만큼 종합검사를 받게 될 금융회사를 어떻게 선정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이날 정례회의 이후 공개된다.

종합검사를 받게 될 금융회사는 △소비자 민원 △건전성 실태 △내부통제시스템 등 크게 3~4가지의 평가지표를 기준으로 가려지게 된다.

소비자민원은 금융사의 총자산 대비 민원 발생건수와 증가율, 다수 소비자 피해 사례 등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민원 발생건수가 많은 금융회사의 경우 종합검사 대상이 될 것"이라며 "작년 업권별로 진행한 미스터리 쇼핑 결과 등 금감원 내부에 축적해 놓은 자료들을 평가지표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민원 건수가 많다고 종합검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계량화된 기준으로만 기계적으로 선정하는 게 아니라 민원의 내용 등을 분석하는 등 정성적인 평가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민원은 객관적인 평가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고 금융회사의 건전성 실태 역시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드러난 계량적인 수치가 평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내부통제시스템의 경우는 조직과 인원 등 객관적인 요소 이외에 최고경영자의 적극적인 의지 등 정성적인 평가요소가 반영될 여지가 많다. 내부통제시스템 부실로 사고가 터진 금융회사의 경우 종합검사 대상에 선정될 가능성이 있고 금감원이 최고경영자 면담을 통해 확인한 내용 등도 활용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한 금융위의 의견을 수렴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종합검사 대상을 선정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선정기준을 금융회사에 공개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종합검사에 착수하는 시기는 이르면 4월말로 예상된다. 종합검사 선정기준에 대한 의견수렴과 기준 확정 이후 업권별로 종합검사를 받게 될 금융회사를 선정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불법대출혐의 사건에 대한 내부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20일 제재심이 열렸지만 쟁점을 놓고 다툼이 치열해 결론을 내지 못했으며 올해 1월 열린 2차 제재심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쟁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SK실트론 주식 매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에 빌려준 것이 실제적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빌려준 것인지 여부다.

금감원은 형식적으로는 법인에게 대출해준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최 회장에게 빌려준 것이라서 법규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은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의 경우 개인 신용공여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어서 형식과 실질을 놓고 다툼이 치열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제재에 대한 금융회사의 수용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신속한 결정보다는 충분한 논의에 벌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이같은 종합검사와 한국투자증권 제재처리 방식 등을 놓고 감독기관의 칼이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과 더 이상 일방적으로 감독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현실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