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따라 증감폭 달라 … '대입제도 불확실성' 때문에 사교육 수요 커져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를 19조5000억원이라고 12일 밝혔다. 6년 연속 상승하는 추세다. 초중고생 1명 평균액수는 29만1000원으로 추산했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을 빼면 한 명당 평균 사교육비는 39만9000원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이런 통계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학부모는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조사결과라는 게 교육단체와 학부모의 주장이다. 조사 내용이 부실하고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6년 연속 상승한 1인당 사교육비│교육부와 통계청이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한 12일 초·중·고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6년 연속 증가하면서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1000원으로 작년보다 7.0%(1만9000원)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그동안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정부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매년 증감 수치 정도만 바꾼 내용을 발표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조사 방식과 내용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이번 조사결과를 들여다보면 고교생 사교육비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 고교생 사교육비는 2015년 23만6000원에서 지난해 평균 32만1000원으로 늘어났다. 이번에 처음으로 조사항목에 포함된 '입시 컨설팅' 비용은 600억원이 넘었다. 학생 1명이 연 평균 1.2회 상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전문가들은 사교육비 상승원인을 입시정책의 혼란과 불안으로 꼽고 있다. 대입제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교육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전 정부부터 사교육비 폭등 신호가 지속적으로 나타났고 지난해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2019학년도 불수능, 미온적인 고교체제 개선 등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감을 불러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시도교육청에 따라 사교육비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진보-보수 영역과 무관하게 시도교육감의 교육정책에 따라 증감현상 폭이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교사역량강화 여부가 사교육비 증감과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교사역량강화는 미래교육 설계와 변화대응, 교실수업개선, 과정중심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학부모 불안감 해소와 안정적 대입 진로 등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교육자치'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시도교육감들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부모 소득격차 따라 사교육 양극화 커= 이번 조사에서 부모 소득격차에 따른 사교육비 양극화도 큰 것으로 밝혀졌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5000원, 2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9만9000원에 그쳤다. 사교육 참여율도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경우 84.0%, 200만원 미만 가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7.3%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강남과 강북지역의 사교육비 증감 통계는 없다. 전국 시도 지역별 비용항목은 있지만 구체적인 요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강남 3구를 비롯한 고소득 가정의 사교육비가 크게 증가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한편 초중고생 사교육 참여율은 72.8%로 전년(71.2%) 대비 1.7%p 상승했다. 초등학생은 82.5%(0.1%p↓), 중학생 69.6%(2.2%p↓), 고등학생 58.5%(2.6%p↑)로 나타났다. 예체능 분야 사교육비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2년 4만2000원에서 올해 7만6000 원으로 뛰었다.

◆대입 투명성·공정성 강화 가능할까? = 통계청이 매년 실시하는 사교육비 조사비용은 16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조사결과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매년 비슷한 내용이다.

조사 방식과 내용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예를 들어 방과후 학교나 영유아 사교육비는 조사대상에서 빠졌다. 영유아들의 영어교육이나 미술 음악교육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조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절감 방안으로 대입제도 개편에 따른 투명성과 공정성, 단순화 추진을 강조했다.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안정적으로 추진, 학생·학부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로 입시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대학 평가기준과 선발 결과 공개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제도 및 입시 부정·비리 시 입학 취소 근거 규정 등 공정성 담보를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입전형 단순화를 위해 사교육 유발 요인이 큰 것으로 알려진 논술전형·특기자 전형도 지속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학종 등 평가기준을 '과정중심 평가'로 전환하며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 운영을 내실화하여 학생의 참여 및 교사 전문성에 기반을 둔 학교교육 혁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러한 대안은 두 가지 문제를 넘어야 가능하다. 하나는 교육부 내부의 확고한 의지다. 대입정책 손질은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교육부는 '정시확대와 수시'를 놓고 대국민 혼란과 진통을 겪었다. 쉽게 손대기가 겁난다는 게 교육부 관계자 설명이다. 특히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교육부 내부 조직개편도 시급한 상황이지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는 시도교육감들의 의지다. 교사 인사권과 예산집행권을 쥐고 있는 시도교육감들이 국민들이 공감하는 입시정책을 위해 초중고 교육과정을 얼마나 꼼꼼하게 챙기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서울시 일반고 진로담당 교사는 "교육감 의지에 따라 교육정책 성공여부가 달렸다. 예로, 정부가 추구하는 '과정중심 평가'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는 교원들이 전문성을 키우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는 대입제도 개선과 초중고 교육과정이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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