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질문내용 숨긴 채

"의원감축·비례폐지 54%"

리얼미터 패스트트랙 조사

질문 문구 자의성 지적

정치권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몸살을 앓는 가운데, 같은 현안을 놓고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눈총을 받고 있다. 편향성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질문 설계로 민심 오독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은 14일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 67.3%가 국회의원 총 의석수(300석)가 '많은 편'이라고 보고 있으며 최근 한국당이 발표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및 비례대표제 폐지'에 찬성하는 비율이 54.0%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비례대표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비율은 49.3%로 긍정평가(40.1%)보다 높았다.

여연은 또 11일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4당이 합의한 연동형 비례제 도입 법안(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에 대해 50.1%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여연은 이 조사가 12~13일 전국 성인 2021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유선 30%, 무선 70%)를 사용한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18%P라고 밝혔다.

이 발표는 같은 날 나온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조사결과와 상충된다.

리얼미터는 11~13일 전국 성인 1510명을 대상으로 '선거제 개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과 관련한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응답자 50.3%가 찬성하고 30.8%가 반대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여연과 리얼미터 모두 질문설계가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당의 경우 '패스트트랙'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꼼수조사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 국회불신 정서를 이용, 선거제도를 국회의원 정수 문제로 치환시켜 거부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물으려면 제도의 장단점을 설명해야 하는데 의원정수 증감 문제만 부각시켰다"며 "질문내용을 봐야 더 정확하겠지만 정치혐오를 자극해 답변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연은 해당 여론조사의 질문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정당지지도 조사를 하지 않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유사한 문제점이 제기된다.

리얼미터는 패스트트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고 '여야 정쟁으로 막혀 있는 개혁법안의 신속처리를 위해 찬성한다' '여야 합의와 법안 심의절차를 거치지 못하므로 반대한다' '모르겠다' 등 세 가지 보기를 들었다. 과반 답변을 얻은 첫 보기의 경우 '정쟁' '개혁법안' 등의 표현이 선택을 유도할 여지가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쟁을 '이견', 개혁법안은 '쟁점법안' 등의 중립적 표현으로 고쳐 썼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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