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주민들 김포공항 지원조례 폐기요구

구로·강서도 들썩 … 서울시의회 특위 추진

김포공항에 국제항공노선이 새로 개설될 경우 서울시가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공항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껏 항공기 소음피해에 시달려왔는데 국제선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민들은 관련 조례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의회는 김포공항 활성화를 위한 특위'까지 꾸릴 예정이다.

서울 양천구 주민들이 김포공항 활성화 지원조례와 관련, 국제선 노선 확대로 인한 소음피해 가중을 우려하며 조례 폐기운동에 나섰다. 대책위 주민들이 18일 결의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양천구 제공


18일 김수영 양천구청장을 비롯한 구 간부들과 공항소음대책위원회·항공기소음직접피해대책위원회 위원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지난 1월 공포된 '서울시 김포공항 활성화 지원 조례'가 도마에 올랐다. 공항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에서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조례인데 첫번째 항목에 '국제항공노선 신규개설'이 포함돼있어서다. 조례에 따라 서울시는 국제선 신규 개설을 포함해 공항시설 사용료, 공항활성화 사업 비용, 김포공항을 항공기 차고지같은 정치장으로 등록하는 경우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 서울시의회는 조례에서 한걸음 나가 '김포공항 활성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지난 본회의에서 결의안이 통과됐다.

주민들은 올해는 예산편성이 돼있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국제선 운항 편수가 늘어 소음피해가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당시 국제선 이전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고 2003년부터 6개 국제노선을 증편한 것도 모자라 또다시 증편논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주민들은 1958년 김포공항이 문을 연 이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받고 있는데 공공의 이익을 이유로 외면받아왔다"며 "증편 논의는 소음피해지역 주민을 무시하고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이날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를 찾아 윤준병 행정1부시장과 신원철 의장을 면담하고 조례와 특위 구성에 대한 반대입장을 전했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 어려움을 이해한다, 다음 임시회에 관련 규정이 개정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나연 항공기소음직접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몇십년간 지속적으로 항공기 소음에 노출돼있어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기 힘들 정도"라며 "지역 주민들 뜻을 모아 김포공항 활성화 지원조례 폐지, 특위 활동 중단, 국제선 증편 반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양천구보다 상대적으로 피해지역이 적은 인근 구로구와 강서구도 들썩이고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고척1·2동 개봉1동 구로1동 일부 지역에 영향이 있다"며 "양천구보다 피해지역이 적고 한정적이긴 하지만 조례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강서구 관계자도 "당장은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국제선 증편쪽으로 논의가 진행되면 주민들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양천구는 당장 지역 주민들만 움직이고 있지만 인근 자치구와 경기도 부천시 김포시 등 김포공항 영향권 지자체·주민들과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조례가 공포되긴 했지만 당장 올해 예산이 편성돼있지 않아 주민들과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 예산 지원이 항공사에서 국제선을 신규 개설할 정도로 충분한 인센티브가 될지 의문"이라면서도 "지원 범위나 내용 등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할 때 당연히 주민들 의견을 듣고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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