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받기식 빅딜 타결 뒤 단계별 이행 … '전부 아니면 전무' 변화조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밝은 미래를 놓고 시기와 순서를 설정하는 시도를 하게 될 것으로 밝혔다.

이는 비핵화와 밝은 미래를 위한 주고받기 이행 시기와 순서를 결정한 후 모든 것을 빅딜안에 담아 한꺼번에 타결하고, 결국 단계별로 이행하는 실질 협상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미국의 외교 수장인 폼페이오 장관이 합의 없이 끝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올 오어 낫싱)'가 아닌 다소 융통성 있는 협상방식을 언급한 것으로, 머지않아 북미협상이 재개되는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의 정치적 본거지인 캔자스를 방문해 지역방송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올 오어 낫싱' 방식과는 다소 다른 타이밍(시기)과 시퀀싱(순서배열)을 정하는 협상을 모색하고 있음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KCMO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은 두 정상이 약속한 비핵화와 밝은 미래를 어떻게 성취할 것인지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올바른 시기(Timing)와 순서배열(Sequencing)을 정하고 어떤 길들이 있는지 그리며 남북긴장을 완화시키도록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북한의 더 밝은 미래는 실질적인 것"이라고 강조하고 "다만 그것은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진 후에나 뒤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선 검증된 비핵화'를 조건으로 달기는 했지만, 협상 양 당사자간의 요구사항을 조응시키는 순서배열을 뜻하는 '시퀀싱'을 언급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하노이 노딜 정상회담 직후 밝힌 "점진적 비핵화는 더 이상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빅딜의 일괄타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이 '올 오어 낫싱' 또는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초반의 강경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향후 협상재개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돼 왔는데,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그것과는 차이가 나는 언급으로 풀이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제재와 대화의 강온메시지를 함께 내놓으면서도 대화 지속에 방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리에게는 역사상 가장 강경한 경제적 제재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역사상 가장 유망한 외교적 관여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대화는 분명히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추가 진전을 좀 더 이뤄냈다"면서 "우리는 김 위원장과 다시 대화할 것"이라고 말해 3차 북미정상회담 등 톱다운식 추가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부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물론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협상파들까지 나서 빅딜의 일괄타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음을 거듭 시사해왔다.

하지만 이제 폼페이오 장관이 시기와 순서를 결정하는 협상을 벌일 것임을 밝힌 만큼 미국이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머지않아 새로운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대로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협상을 재개하면 비핵화와 밝은 미래를 성취하기 위한 모든 요구사항과 방법들을 서로 제시하고 그 이행 시기와 순서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새 북미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데 필요한 양측의 모든 요구사항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서로 주고받기 할 대상들의 시기와 순서까지 정하는 이행 로드맵을 그린 후 이를 하나의 빅딜안에 담아 일괄타결하고 단계별로 이행해 나가는 방식을 취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