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단속 '부실' 지적, 공무원 연루설도

"5명이 1만6000곳 관리" 타 지자체도 긴장

이른바 '승리 게이트'로 업소 인·허가와 단속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까지 수사망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 강남구 공직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흥업소가 밀집돼있는데 법령위반 적발이나 행정처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인근 지자체까지 덩달아 숨을 죽이고 있다. 인력부족 등 '태생적 한계'에 대한 호소와 함께 경찰 고위직이 연루돼있어 시선 분산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클럽 버닝썬 여파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소가 위치한 강남구 공무원이 연루돼있다는 경찰발 소식이 나오면서 공직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클럽 버닝썬 입구.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21일 강남구에 따르면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식품위생법 관련 단속·적발 건수는 일반음식점을 포함해 총 726건. 시설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단속된 경우가 230건으로 가장 많고 퇴폐변태영업으로 적발된 건 1/20도 안되는 10건이다. 문제의 클럽 버닝썬처럼 술을 팔면서 접대부를 고용할 수 있는 유흥주점업소 역시 총 적발 건수 44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건은 시설기준이고 퇴폐변태영업으로 단속된 건 5건에 그쳤다. 단란주점도 총 적발건수는 유흥주점과 비슷한 43건인데 퇴폐변태영업이 적발된 건 3건뿐이다.

법령을 위반한 데 대한 행정처분은 차이가 크다. 단란주점은 15곳이 영업소 폐쇄 명령을 받은 반면 유흥주점은 영업소 폐쇄는 한곳도 없고 그 다음 수준인 영업정지가 10곳이다. 9곳은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는 시정명령 시설개수명령 등이다.

문제는 단속이나 그에 따른 행정명령이 업소 숫자와 비교해 미미하다는 점이다. 2월 현재 강남구에 등록된 유흥주점업소는 219곳이다. 접대부 고용이 금지된 단란주점업소는 271곳이고 일반 음식점은 1만572곳, 카페 편의점 등 휴게음식점은 3561곳이다. 집단·위탁급식소 등 978곳까지 포함하면 1만6000곳이 넘는다.

가수 승리씨가 버닝썬에 앞서 운영했던 몽키뮤지엄만 해도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고 클럽으로 운영하다가 적발돼 4000여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았는데 법령위반 사실을 적발한 건 강남구가 아니라 경찰이다. 구는 경찰에서 적발 사실을 통보받은 뒤 행정처분을 했을 뿐이다. 때문에 구 안팎에서는 강남구 공무원과 소방 공무원 등이 700만원을 수수했다는 경찰측 발언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공직사회가 이전과 비교해 많이 투명해졌다"면서도 "(화제가 된 클럽 얘기를) 공무원들만 몰랐던 건지는 의문"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강남구는 수사 결과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드러나면 법대로 처벌하면 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업소마다 일일이 들여다볼 수 없는 한계를 호소한다. 구 관계자는 "어느 공무원이 수사선상에 올라있는지 알려진 바 없다"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흥업소가 밀집돼있고 음식점 등까지 포함하면 1만곳이 훨씬 넘는데 단속 인력은 5명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구 관계자도 "인·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담당 공무원이 현장 확인을 하지만 건축물 대장에 있는 용도대로 시설을 꾸몄는지 확인하는 정도"라며 "이후에 다른 형태로 영업을 하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현장 점검이 잦을 경우 되레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는 민원이 들어오기 일쑤인데다 퇴폐영업 등 여부는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지난해 식품위생법 관련 단속만 해도 구에서 적발한 게 580건인 반면 경찰 적발은 130건에 그쳤다. 이달만 해도 성매매를 알선한 유흥주점 두곳에 각각 영업정지 3개월과 1개월 15일 행정처분을 했다.

당장은 강남구에 한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다른 지자체도 느긋하지만은 않다. 강북권 한 자치구 관계자는 "원래 연간 두차례 유흥주점 등 점검을 하는데 버닝썬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전체 업소를 점검하고 있다"며 "다만 점검 사실이 알려지면 실제 위법 행위를 적발하기 어려워 구체적인 계획은 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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