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부시장 교체 계기로 조직쇄신, 선택·집중 행보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정 운영에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3선 이후 시 정책 및 차기 주자 지지율에서 이렇다할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장 3선 2년차를 맞아 인적 쇄신, 업무 혁신 등 '새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20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시장은 20일 신임 정무부시장에 김원이(51) 전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을 임명했다. 전임 진성준 부시장은 총선 준비를 이유로 이날을 끝으로 임기를 마쳤다. 김 신임 부시장 임명을 계기로 정무조직 개편·강화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 운영은 물론 대내외 소통, 미래 구상 등 박 시장 행보에 대한 보다 안정적인 조력이 요구되면서다.

일각에선 김 신임 부시장 임명을 대대적 변화 신호탄으로 읽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김 부시장의 서울시 재진입은 단순히 '선수 한명' 교체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 부시장은 박원순 1기 정무보좌관, 2기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박 시장 시정철학과 시 업무에 대한 이해가 깊다. 이때문에 내용 면에서 큰 흠이 없어도 소통 과정, 완성도 등으로 인해 잇따라 평가절하되는 서울시 정책 실행에 있어 '안정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김 부시장 영입은 측근 그룹 세력 관계에도 견제와 균형을 가져올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김원이 부시장 임명은 기동민 그룹이 들어온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실 김 부시장, 추경민 전 정무수석 등 기동민 의원 측근 그룹은 박 시장 3선 캠프의 핵심이었다. 3선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 "기동민 사람들이 박 시장 3선 캠프를 모두 움직였다"라고 평할 정도다. 그도 그럴것이 기 의원 보좌관 출신들인 추 전 수석이 상황 총괄실장을, 김 부시장이 조직을, 또다른 보좌관인 김동현 특보가 공보를 총괄했다. 기동민 의원은 박원순 3선 캠프 좌장으로 선거 전반을 이끌었다. 김 부시장 인선은 시민사회그룹과 함께 박 시장 양 날개 중 하나인 정치권 기동민 그룹을 재기용하면서 '균형감'을 회복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

박 시장은 최근 현재의 시정 운영과 일정 관리에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많은 정책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표되고 하루 일정만 20개가 넘는 등 '수박겉핥기식 행보'가 반복되고 있다. 정가에서는 박 시장의 최근 행보를 두고 '장관 패싱'이라는 지적까지 등장했다. 행안부와는 광화문광장 조성으로, 국토부와는 GTX-A 광화문역 신설로, 전국체전 준비를 놓고는 문체부와 '소통' 문제가 발생했다. 뜯어보면 큰 갈등은 아니지만 시민들 사이에선 서울시와 박 시장에 대한 '불통' 이미지가 쌓여갔다.

박 시장은 최근 들어 서울시 주요 정책 발표 자리에도 잘 나서지 않고 있다. 시장실에 7년간 쌓인 각종 자료를 최근 모두 정리하고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외부 일정도 대폭 축소하라고 비서진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대부분 사업과 정책은 부시장들에게 최대한 위임하고 자신은 미래 구상, 사회 문제 해법 마련 등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쓰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상반기를 거치며 새 판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시작한 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인사가 이뤄진지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아 당장 급격한 변화는 조직을 흔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에는 최고위직 인사를 포함, 시 운영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법 통과가 전제돼야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지방자치법 개정에 의해 서울시에 부시장 자리 2개가 신설된다. 새 판을 짜기 위한 박 시장 운신 폭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이겠지만 결국 그동안 인사나 시정 운영 모두 최종 결정권자는 박 시장"이라며 "보좌진이나 아랫사람이 아닌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 미래 지도자 자질 등에 집중하고 공무원을 넘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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