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여파 사업난항

"공법 다르고, 지반 튼튼"

포항 지열발전 시범사업이 지진 유발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경기 화성시가 민선 6기 후반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심부지열 개발사업'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열발전과 지진의 연관성이 공식 확인되면서 지열발전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반면,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청정에너지를 얻기 위한 신기술 개발은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경기 화성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7년 9월 27일 한진D&B·D&B에너지와 협약을 맺고 심부지열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당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 발맞춰 시청 내 관용차량주차장에 워터해머 시추공법으로 심부지열을 얻어 청사 냉·난방비용 절감 및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었다.

심부지열 에너지란 지하 4~5㎞ 깊이에 만든 지열에너지 저장공간에 물을 주입, 지열로 150~200℃까지 데워진 물을 발전과 난방열 공급에 활용하는 신재생에너지다.

화성시와 해당업체는 이듬해 4월까지 지하 5㎞ 이상을 시추해 토출 온도 110℃ 이상, 시간당 유량 5만ℓ 이상의 열원이 확인되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해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5.4)과 포항지열발전소와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화성시의회 일부 의원이 심부지열 에너지사업 재검토를 시에 요구하는 등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지열발전소와 심부지열 개발사업은 수㎞ 깊이로 땅을 파 물을 주입했다가 빼내는 방식이 유사한데 이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지면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당시 화성시는 "심부지열 개발사업은 포항지역발전소와 공법이 다르고, 시청 지하가 화강암으로 지반이 튼튼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시추공 2~3개를 설치해 연결하는 방식의 포항지열발전소와 달리 심부지열 개발은 시추공을 하나만 뚫어 물을 순환시키는 방식을 적용, 지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업체는 약 두 달 간의 시추작업을 통해 지하 1.8㎞까지 파냈다. 하지만 일부 기울어진 파쇄 층이 나오면서 케이싱(굴 붕괴를 막기 위해 설치하는 파이프) 작업이 필요해졌고, 이를 위해 자금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화성시는 사업부지에 대한 대지사용료를 업체로부터 받고 있으며, 대지 사용허가(사업기간)은 오는 10월까지다.

화성시 관계자는 "포항과 우리는 공법 자체가 다르고, 지질특성 조사도 벌였고 시청에 지진계를 설치해 실시간 체크했지만 안전상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가 신기술을 갖고 있지만 이를 상용화하려는 과정에서 포항 지진이 발생했고 지열발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오히려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는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강근 포항지진정부연구단장은 2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열발전이란 작은 지진을 잘 관리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청정에너지를 얻는 시스템인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영원히 (지열발전을) 하지 말아야 하느냐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면서 "오히려 반면교사로 삼아 위험관리 잘하면서 할 수 있는 교훈을 얻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